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목표를 세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성취의 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정작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허전한 순간이 있다. 기뻐야 할 자리에서 밀려오는 정적. 이 글은 그 ‘성취 후의 공허함’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해냈다. 하지만...
몇 해 전, 나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해외에서 단 한 번도 수입해본 적 없는 상품을, 우리 브랜드로, 단 3개월 만에 국내에 들여오는 프로젝트였다. ‘직소싱 PL(Private Label)’이라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아무도 해본 적 없는 길이었기에,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야 했다.
식약처와 협의하며 복잡한 문서를 처음부터 만들어갔다. 해외 공장에 우리가 원하는 색깔, 폰트, 라벨 규격을 전달하고, 그들이 그대로 생산하게끔 조율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업체에 전화를 걸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리스트를 만들고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은 극에 달했고, 나의 하루는 이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것을 해냈다. 누구도 가능하리라 보지 않았던 일을 해냈고, 상품은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기쁘지 않았다. 성공을 확인한 그날, 내 안에 밀려온 것은 뿌듯함이 아니라 허탈함이었다.
목표 달성은 순간, 삶은 여정
나는 곧 깨달았다. 그 프로젝트는 ‘과정’보다는 ‘성과’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었다. 목표를 향해 뛰는 동안 나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오로지 결과, 일정, 숫자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 치열함은 나를 잠시 살아 있는 듯하게 만들었지만, 성공이라는 깃발을 꽂고 난 자리에 남은 건 ‘이제 뭐하지?’라는 공허한 질문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자문했다.
“나는 이 일을 왜 했던 걸까?”
그 성취가 나에게 의미 있었던 이유는, 정말 이 브랜드가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내가 그 프로젝트를 통해 진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지, 회사가 요구하는 일을 했을 뿐인 것이다.
공허함은 실패가 아니다
공허함은 때때로 실패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것이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라는 신호’임을 안다. 우리는 성취를 통해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길 잃음은, 방향을 새롭게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성취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진짜로 만족시키려면, 그 성취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비어 있는 성취’가 아닌 ‘채워지는 삶’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하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그 순간에도, 혹은 그 직후에 더 큰 불안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이 글은 그 불안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성공이 있고, 그만의 불안이 있다. 이 글이, 그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찾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공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