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by Yan

잠시 멈춘 어느 날의 질문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엘리베이터 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한 방향인가?’
바쁜 하루 속에 잠시 틈이 생기면, 이런 질문이 불쑥 고개를 든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해야만 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해야만 하는 일은 단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필연적으로 감당하며 살아간다.
월급을 받아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며,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이유를 따질 틈도 없이 출근하고, 보고서를 쓰고, 누군가와 협상하고, 때로는 감정을 억누른다.

어쩌다 보니 떠맡게 된 일도 있다.
처음엔 내 일이 아니었던 프로젝트였지만, 조직의 흐름 속에서
‘너가 하면 잘할 것 같아’라는 말 한마디에 자연스럽게 책임을 지게 되는 일들.
그 과정에서 마음은 동하지 않지만, 빠져나올 수도 없다.

또 어떤 일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누군가의 기준이나 숫자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팀의 성과를 맞추기 위해, 또는 다른 부서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과연 이 일이 고객이나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라는 의문을 안은 채로
그저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일들도 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은 그렇게 각기 다른 이유와 형태로 내 삶을 채운다.
그 모든 당위성을 알면서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
나는 조용한 불안을 느낀다.


하고 싶은 일도 녹록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
그건 늘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열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생각은 있는데 문장은 어색하고, 시작은 했지만 끝을 맺지 못한 원고가 늘어간다.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글 한 편조차 완성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한다.

또, 하고 싶은 일 중에는 내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있다.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일.
계속해보고 싶지만 매번 벽을 느끼는 일.
그럴 땐, ‘정말 이게 나의 길이 맞는가’ 하는 회의가 따라온다.

반대로, 처음엔 기대하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흥미가 생긴 일도 있다.
누군가와의 협업, 새로운 시장 조사, 혹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뜻밖의 몰입이 생기고, 거기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도
막연한 열망이 아니라, 꾸준한 시도와 관계 속에서 구체화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서 길을 찾는 법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이 둘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는 그 사이에서 조금씩 균형을 찾는 법을 배워간다.

모든 걸 포기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도 없고,
해야만 하는 일에만 몰두하며 내면을 잃는 것도 오래 갈 수는 없다.
요즘 나는 퇴근 후 30분을 나만의 시간으로 확보하려 한다.
책을 읽거나, 느낀 것을 짧게 메모하거나, 어설프더라도 글을 써본다.
그 30분이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해야만 하는 일에 직면하면 움츠러들고, 불안하며, 성과나 결론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언제나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 일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의 부족함과 무능력 앞에서 오히려 절망할 때도 있다.


만약 지금 내 앞에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동시에 놓여 있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하고 싶은 일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그 선택의 망설임은 나의 나약함일까, 아니면 깊은 불안에서 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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