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수 이야기

-명대사들을 다시 소환하며

by Yan

“9회 말 2 아웃에는 기회를 엿보거나 할 시간이 없이
온 힘을 다해 풀 스윙을 하는 거야.
좋은 공 하나 올 것이라는 희망 하나 가지고.”

임원 승진의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김부장의 말이다.
자신의 모든 시간을 걸어온 목표를 향해 애타게 다가가는 그의 뒷모습이
문득 먹먹해진다.


“부장님, 남들보다 비싼 집에 사는 게 행복이 아니라
그 집에서 누구와 웃으며 저녁을 먹느냐가 행복 아닐까요?
우리는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니까요.”

송과장의 이 말은 김부장의 굳어 있던 인식을 흔든다.
타인의 시선을 좇다가 정작 소중한 일상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에게 되묻게 된다.


“가족을 지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야.
나는 이제 집에 혼자 있는 그 고독을 견딜 자신이 없어.
가족을 지키는 건 결국 나를 지키는 거야.”

가족이란 때로는 귀찮고 답답한 존재 같지만,
결국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따뜻한 울타리다.
우리의 일상은 그 소소한 잔소리와 불편함 속에 지켜지고 있다.


“너 아빠가 평범해 보이지?
너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평범함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윗사람에게 치이고, 아랫사람을 이끌며 버티는 수많은 감정들.
그 모든 순간을 견뎌낸 결과가 지금의 평범함이다.


"친구가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아니야.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가 무서운 거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일은 참 버겁다.
멈추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우리를 잠식하고,
집착과 비교는 자연스러운 생존 본능이 된다.


“김 부장, 그동안 수고했어.”

25년을 바친 회사를 떠난 남편을
묵묵히 안아주는 아내의 말 한마디.
우리가 살아갈 이유는 때로 거창한 것보다
바로 곁에 있다.


“도대체 왜!!”

도부장이 울부짖는다.
학력 때문인지, 실적 때문인지, 노력의 부족인지 알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내뱉어본 질문이다.


"왜 안 됐는지 말고 왜 그렇게 바둥바둥 살았는지

뭘 위해서 그렇게 살았는지 알어?"

정답을 찾기보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바꾸라는 메시지.
냉정하지만 깊이 있는 조언이 마음을 콕 찌른다.


"아들아, 아빠는 돈 버는 기계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냥 너희들에게 세상의 찬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근데 그 벽이 너희들을 가두는 감옥이 될 줄은 몰랐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리고 지금의 아버지들이
속으로만 삼켜온 고백일 것이다.


"이제야 알겠어. 대기업 부장 김낙수가 아니라
그냥 인간 김낙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랑 좀 친해져 보려고."

직함도, 집도, 연봉도
나라는 존재의 본질은 아니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짜 자존감을 되찾는 순간이다.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보았다.
김부장의 나이가 극 중 72년생이었으니,
나와 비슷한 세대라는 점에서 더 깊이 와 닿았다.

나는 회사에서 꼰대일까?
회사 밖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명함이 사라진 나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퇴직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고,
현실은 늘 불안과 상실을 예고한다.

김부장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져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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