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너는 왜그리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니?

by Yan

회의시간에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황태채와 북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답을 못했다. 순간 너무나 많은 이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태, 황태, 북어, 노가리, 코다리, 먹태 등등. 명태를 알아봐야 겠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을 꼽으라면 아마 명태일 것이다. 그러나 명태는 단순히 바다에서 잡아 올려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 아니다. 잡히는 계절, 손질 방식, 보관법, 건조 정도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그 수가 무려 40여 가지에 이른다. 흔히 “명태 한 마리에 이름이 마흔”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명태가 한국인의 생활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흔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흔적에는 재미난 일화들이 분명 숨어 있을 것이다.


이름 많은 사나이, 명태

동태, 황태, 북어, 먹태, 코다리, 노가리... 명태의 이름은 계절과 상태,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명태 같은 신랑이라야 어디 가서도 굶지 않는다”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이는 곧 생존의 지혜로 해석된 것이다.


북어와 초상집의 풍경

북어는 오늘날 해장국 재료로 유명하지만, 예전에는 초상집에서 꼭 걸어두는 식재료였다. 밤샘 조문객들이 술에 취하면 북어를 찢어 국을 끓여내거나 안주로 내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어 걸린 집은 상가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단순한 건어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애환을 함께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황태의 혹한 드라마

황태는 강원도의 겨울을 상징하는 식재료이다. 영하의 혹한 속에서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속살이 부드럽게 변한다. 강원도 사람들은 이를 두고 “눈보라가 만든 최고의 요리사”라 표현하기도 했다. 황태는 단순히 말린 생선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합작해낸 숙성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먹태와 군인들의 작은 자유

먹태는 최근 안주로 크게 사랑받고 있지만, 사실 그 기원은 군대 PX에서 비롯된 추억과 맞닿아 있다. 병사들은 먹태를 불판에 구워 소주 대신 콜라에 찍어 먹으며 “이 순간만큼은 민간인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먹태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군 생활의 답답함 속에서 잠시 누린 자유의 상징이었다.


노가리와 말발의 유래

노가리는 명태 새끼를 가리키는데, 여기서 파생된 표현이 바로 “노가리 깐다”이다. 옛 선술집에서 값싼 노가리를 안주 삼아 밤새 술을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우던 풍경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지금도 “노가리 좀 까자” 하면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술자리의 즐거운 수다를 뜻하게 된다.


코다리의 애잔한 신세

코다리는 반쯤 마른 명태를 말한다. 예전에는 북어를 살 수 없는 집에서 값싼 코다리를 국거리로 썼다. 그래서 ‘코다리 신세’라는 말이 생겼는데, 애매하고 불완전한 처지를 빗댄 표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코다리 조림이 별미로 자리 잡으며 오히려 당당히 주연 요리에 올랐다. 세월에 따라 음식의 지위가 달라진 흥미로운 사례이다.


명태는 단순히 동해안에서 잡히는 흔한 생선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인의 삶 속에서 웃음과 눈물, 풍습과 추억을 함께해온 문화적 동반자였던 것이다. 이름이 많은 만큼, 우리네 인생사도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과 이름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황태채 공장을 가서는 들었다. 황태는 한국인들만 먹는다고. 처음 듣는 말이였고, 황태의 특별한 존재가 새삼 느껴졌다. 우리에게 명태는 우리삶과 밀접한 관계인 것이다.


오늘 술자리에 노가리 한 접시가 놓인다면, 그것은 단순한 안주가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사를 담은 작은 역사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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