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기1- 아사쿠사에서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by Yan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 아사쿠사.
그곳의 중심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센소지(浅草寺)가 있다.
거대한 붉은 문과 인파, 향 냄새, 그리고 상점가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순간 “여기가 절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절은 대체로 산 속에 있다.
조용하고, 경건하고, 법당 안에는 커다란 불상이 있다.
그 앞에 절을 하며 마음을 비우는 공간이다.
그런데 아사쿠사의 사찰은 달랐다.
사람들은 참배보다 ‘방문’을 하고 있었고,
부처님보다는 향과 소리, 그리고 붉은 빛이 더 강렬했다.

일본의 부처와 우리의 부처는 같으나 다름이 있는 듯하다.


불상이 중심이 아닌 이유

한국 사찰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대웅전’이다.
거대한 불상이 중앙에 앉아 있고, 모든 예배의 중심이 된다.
그건 한국 불교가 오랫동안 ‘신앙의 불교’,
즉, 기도와 공덕을 중시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불교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일본은 불교를 받아들일 때 이미 신도(神道)라는 고유 신앙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교가 들어와도 “기존 신을 대신하는 종교”가 아니라
‘삶의 깨달음을 돕는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수행의 길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수행 중심의 불교, 일본식 절의 구조

일본 불교의 많은 종파, 특히 선종(禅宗)은
‘불상에 절하기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가르친다.
깨달음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온다는 사상이다.

그래서 일본의 절에서는
불상이 있더라도 작고 단순하며,
대신 정원과 공간이 중심이 된다.
모래와 바위로 이루어진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수행 공간이다.
바위를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센소지의 특별한 풍경

아사쿠사의 센소지는 다른 절과 달리,
정토종(浄土宗) 계열로 ‘아미타불’을 모시는 사찰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불상은 깊은 안쪽에 모셔져 있어,
참배객은 직접 볼 수 없다.

이것은 ‘믿음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상징이다.
대신 사람들은 향을 피우고, 손을 모아 잠시 머문다.
기도보다는 ‘참가’에 가까운 행동이다.
그들의 불교는 조용한 고백이 아니라,
생활 속의 의식처럼 흘러간다.


장엄함보다 여백의 미

한국의 절이 금빛 단청과 불화로 장엄함을 드러낸다면,
일본의 사찰은 여백과 단순함으로 마음을 열게 한다.
‘와비사비(侘寂)’라는 일본 미학처럼,
불교 사원도 화려함보다 비어 있음의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무언가를 장식하기보다, 비워둠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공간.
그래서 일본의 절에 들어서면, 처음엔 단조롭게 느껴지지만
잠시 머물다 보면 묘한 평온이 스며든다.


부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 속으로 들어왔다

한국의 절에서는 불상 앞에 절을 하며
“저 높은 곳의 부처님”을 떠올린다.
반면 일본의 사원은 그 부처가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부처는 밖에 있지 않다. 너의 마음 속에 있다.”
이게 바로 일본 불교의 중심 사상인가 보다.

그래서 센소지에서도, 나는 불상을 찾기보다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불심을 느꼈다.
기도 대신,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부처를 만나는 방식.
그게 일본식 불교의 길이었다.


여행의 끝에서

센소지를 나와 붉은 문 뒤쪽의 거리로 걸어나오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절이 “하늘을 향한 기도”라면,
일본의 절은 “마음을 향한 침묵” 같다고.

부처는 그곳에 없었던 게 아니라,
조용히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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