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모시러 가는 밤
이번 추석부터는 아버지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명절이 오면 늘 차례상 차리느라 분주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시간이 남았다.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했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 결국 어머니를 모시러 가야 했다.
서울에서 고성까지.
수많은 휴게소와 굽이진 길을 지나야 하는 먼 여정이다.
오늘은 그 긴 길을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나는 보통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휴게소를 세어보면 대략 열한 곳쯤 된다.
이번엔 혼자 떠났다.
출발은 밤 10시.
늦은 밤이라 해도 경부고속도로 초입은 여전히 붐볐다.
그곳에서만 30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차 안에선 늘 그렇듯, 10년 넘게 들어온 CBS ‘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가 흘러나왔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멘트와 노래가 긴장된 마음을 조금씩 풀어준다.
11시쯤 톨게이트를 지나면 도로가 한결 한산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오산 구간까지는 차들이 빠르고 거칠다.
한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두른다.
안성휴게소가 보이지만, 문 닫힌 커피숍과 편의점을 떠올리며 그냥 지나친다.
집에서 가져온 커피믹스 몇 모금으로 졸음을 달래며,
“조금만 더 가자”
스스로를 다독인다.
천안을 지나고, 망향 휴게소를 지나면 이제 고민이 시작된다.
더 갈까, 잠시 쉴까.
결국 대전을 넘어 인삼랜드로 향하기로 했다.
12시가 넘자 졸음이 밀려오고, 어깨와 팔이 뻣뻣해진다.
운전대가 무겁다.
인삼랜드 휴게소에 도착해 따뜻한 캔커피를 손에 쥔다.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잠시 몸을 풀고, 화장실에 다녀온다.
20분쯤 그렇게 쉰 뒤 다시 출발한다.
이번엔 라디오를 끄고, 내가 저장해둔 음악을 튼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는 새벽 1시쯤이면 정말 한적하다.
100km 크루즈를 걸고 달리면, 그야말로 ‘밤의 자유’가 된다.
주변엔 아무 차도 없고, 오래된 노래들이 어둠 속을 채운다.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덕유산, 함양을 지나며 피로가 밀려온다.
산청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기름을 넣고, 허리를 편다.
8만원어치 연료를 채우고 다시 출발.
진주를 지나 사천으로 빠질 때면 마음이 놓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사천 IC를 나와 70km 크루즈를 맞추고 국도로 들어선다.
새벽 2시 반, 산과 논 사이로 희미한 안개가 깔려 있다.
가끔 멧돼지가 튀어나와 상향등을 켠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 일 없다.
드디어 어머니 댁에 도착했다.
조용히 뒷문을 열고 짐을 옮긴다.
어머니는 이미 주무시고 계신다.
손만 씻고, 이불을 꺼내어 눕는다.
4시간 반 동안 이어진 긴장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한 알 삼킨다.
나는 오랫동안 저런 길을 가고 또 갔다.
아버지의 입원으로, 장례식으로, 어머니의 병환으로.
10년이 지나고 이 글을 읽고는 생각할 것이다.
아, 내가 이랬지.
고통스럽기도 하고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던 날들.
그 길위에 서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고
큰아버지, 큰어머니, 작은 아버지들의 장례식이 생각난다.
언젠가는 그 길을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스럽고 안타까웠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비로소 하루가 끝난다.
어머니를 모시러 가는 이 길만은 여전히 내 안의 ‘귀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