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화 — 서진의 고민 -
제20화. 서진의 고민
최 이사와의 미팅 날짜가 잡혔다. 하지만 서진은 선뜻 기뻐하지 못했다. 그는 재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거대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결국 나는 또 기성세대의 힘을 빌려야 하는 건가?'
서진은 카페 구석에서 홀로 고민에 빠졌다. 만약 이번 투자가 성사된다면, 재훈의 영향력은 팀 내에서 절대적으로 변할 것이다. 젊은 스타트업으로서의 정체성, "우리끼리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민혁과 다른 팀원들도 술렁였다. "대표님, 김 부장님 낙하산으로 투자받는 거… 대외적으로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을까요? 투자자들이 우리를 실력 없는 애들로 볼까 봐 걱정돼요."
서진은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훈이 보여준 헌신과 지혜를 생각하면 이런 고민 자체가 죄스러웠다.
그때 정희가 서진의 앞에 차 한 잔을 내려놓았다.
"서진 씨, 지금 재훈 씨를 '도와주는 어른'으로만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서진이 고개를 들자 정희가 말을 이었다.
"재훈 씨는 서진 씨를 돕는 게 아니라, 자기 인생의 마지막 작품을 만들고 있는 거야. 서진 씨가 재훈 씨의 도구가 아니라, 재훈 씨가 서진 씨의 날개가 되어주고 싶은 거지. 날개를 달아준 사람의 나이가 뭐가 중요해? 높이 날면 그만이지."
서진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고민했던 건 자존심이었고, 재훈이 건네준 건 진심이었다.
그는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훈 님, 미팅 준비 끝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아니라 '우리 팀'의 이름으로 나가겠습니다. 함께 가주시겠어요?"
동탄 3번 출구 위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것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뜨거운 색이었다.
— 20화 끝 —
목요일 연재 웹소설 21회가 이어집니다.
[다음 화 가이드]
21화부터는 본격적인 '중년의 결단'이 시작됩니다. 재훈이 단순히 조력자를 넘어 공동 창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고, 대기업의 압박 속에서 '우리만의 기술'을 증명하기 위한 결정적 미팅 현장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해담 (Elias Th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