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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준호 Dec 06. 2022

4. 하나님은 알았는데 인간을 몰랐어요

죄 속에서도 진실을 나눌 수만 있다면  악을 선으로 바꿀 수 있는 확신이

불륜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상대는 누굴까?

김 장로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진심이 통하지 않는 대화,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만남,

뜻이 맞지 않는 동역자,

만나지 않고 관계를 끝낼 수는 없는 현실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위를 바라본다.


의미 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에 미움도 커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목사가....


사무실이 가까워질수록 두근거린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무어라 변명을 할까?   


상황을 모두가 좋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악을 선으로 만드는 것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하여 우울해진다.


듣고 또 듣기를 다짐해 보지만 진실 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슨 유익이 될까?

의문이 든다.

  

강 목사 사무실 앞에 유천이 섰다.

노크하기가 망설여진다. 

주춤거리다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린다.


"네 들어오세요."

 강 목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움에 측은한 마음이 스며든다. 


얌전하게 문을 열고 들어온 유천을 바라보는 강 목사가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이며 

"앉으세요."

오른손을 내밀어 소파에 앉기를 권한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김 장로님이 전도사님을 만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에요?"


유천이 비밀이 없다는 확신이 들며 몇몇 청년들의 얼굴이 떠 오른다. 

"네. 3일 전 김 장로님이 제 사무실에 오셨어요." 


강 목사

"무슨 이야기를 해요?"


"목사님에 대하여 이야기했어요?"

유천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한다.


강 목사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어요?"


유천

"불륜 소문이 돈다는 거예요."


강 목사가 잠시 침묵하다 

"그 이야기만 했어요?"


"아니요. 저보고 담임 목사가 되어 달라고 했어요.

교단 총무와도 상의한 이야기도 하고."

유천이 차분하게 응답을 한다.


강 목사가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유천 

"선배님을 평소에 존경해서 도와 달라고 하셨을 때 쾌히 응락을 했어요.

그러나 지금 이러한 상황에 처하니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아요.

목사님께 진실을 듣고 싶어요. 불륜이 사실이에요?"


강 목사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유천을 바라보며 또렷한 목소리로 

"네. 맞아요." 


유천이 청년부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와 달라진 태도에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요?" 


한숨 쉬며 강 목사가 대답을 한다.

"하나님은 알았는데 인간을 몰랐어요."


진실을 주고받는 대화에 유천이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죄 속에서도 진실을 나눌 수만 있다면 생명이 악을 선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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