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 없는 소꿉친구들의 행복

by 지준호

소꿉친구들 6명이 미국 동서부 여행을 한다.

보스턴 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와 1번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몬트레이에서 하루를 묵고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앞에 섰다.


느닷없이 진욱이 모두들 앞으로 나와서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한다.

"여기에 그림 감상할 줄 아는 놈 있어?"


뚱딴지같은 물음에 어리둥절하여 서로가 눈 맞춤을 하면서 더러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어깨를 으쓱거리고 더러는 머리를 흔들며 "또 지랄이야" 하며 헛웃음을 웃는다.

이를 본 진욱이

"그림에는 모두 까막눈이지?"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고 그에 따른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춘근이 무시당한 기분 나쁜 눈초리로 진욱을 바라보곤

"까막눈은 무슨!

보기 좋은 것은 잘 그린 그림이고

별로인 것은 그저 그런 것인데.


그림 볼 줄 모르는 놈이 어디 있어!

보고 느끼는 대로 감상하면 되는 것이지!


어차피 좋은 그림이냐 아니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놈은 몇 억 원씩 주고 그림을 사고,

그것을 보고 돈지랄한다고 그러는 놈도 있는 것이고."


웅변하듯 큰 소리로 소신을 밝히다 뒷 힘이 달리는 듯 말 끝을 흐리며 도움 구하는 눈빛으로 친구들을 둘러본다.

철수가 진욱과 춘근을 번갈아 둘러보고는


"그래도 그림을 판단하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학교에서 미술공부를 하는 것이고.

어설픈 지식으로 장사해 먹는 놈들도 있기는 하지만."


춘근이 얼굴을 찡그리며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러나 그림은 감상하는 놈 맘이지.

누가 뭐래도!


우리가 공감하는 기준은 결국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은 잘 그려진 그림이고,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비싸다는 것이야.

그것은 유명세에 따라서,

돈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눈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그리고 우리 눈은 사람의 말을 듣고 또 달라지는 것이고.

그래서 전문가가 설명하면 그에 따라 훌륭해 보이기도 하고

시시해 보이기도 한 거 아니야?

물론 전문가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서 눈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결론은 그림 감상은 내 눈이 하는 것이란 말이야.

내 눈은 내 생각에 달린 것이고."


진욱이 한심스럽다는 듯 눈과 입을 실룩 거리며


"열기만 하면 무식만 튀어나오는 주둥이들은 그만 닫고,

작품을 보아도 좋은 그림이라는 것 밖에 알지 못하는 것 사실 아니야?

그러니 미술관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만 한 장 박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떠냐?

짧은 기간의 여행인데 시간을 세이브해야지.

볼거리들이 얼마나 많은데 영문도 모르고 감상하는 척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시간 낭비할 필요가 뭐 있어!"


약점 찌르는 앞뒤가 맞는 말에 주눅 들어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어설프게 고개를 끄떡이는 듯 마는 둥 한다.


그리고 어느새 미술관 간판 앞에 모여 턱은 밑으로 당기고 목은 힘을 주어 근엄한 포즈를 취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척하는 허풍은 포기하고 유명한 미술관을 다녀왔다 자랑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킨 얼떨떨한 얼굴들이 철이 든 듯도 하고 아니 든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