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질문이 피어오르는 고요함

by 지준호

종일 건성으로 볼거리를 찾아 쏘다니다 호텔에 돌아온 녀석들의 몸은 지친 듯한데 입은 쉴 새가 없다.

게는 빨갱이이고,

그놈은 꼴통이고,

나라가 이래서 이 모양이고,

사회는 저래서 저 모양이고,

정치에서 경제 사회 과학의 이야기로 예상을 할 수 없이 주제가 이리저리로 튀어 다닌다.


때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언성을 높이다 잠잠해지곤 하면서…..


어설픈 지식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는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 진실이 되는 듯하지만 내면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속 사람은 남남이고 겉 사람은 친구가 된다.


시끄러웠던 호텔 방에 침묵이 흐른다.

홱트도 분명치 않고 논리도 없고 책임 질 필요까지 없는 끝없는 수다도 끝이 있는가 보다.


녀석들은 고요함 견디기 힘겨워 수다거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왜 고요함을 힘겨워하는 것일까?


내면의 허함 때문일까?

하나 되고픈 존재라서일까?

진리를 찾는 인간들의 본성일까?


춘근의 눈동자에 갑자기 생기가 돌며 유천을 향하고 빈정 거리 듯 시비를 건다.

"너는 걱정 없어 좋겠다!"


유천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인마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춘근을 흘겨보며 반문을 한다.


핀잔 들은 춘근이 머리를 긁적이며

"난 목사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필요한 것 모두를 채워 주시니 걱정이 없는 줄 알았지." 한다.


말 꼬리를 흐리는 춘근을 흘겨보며 유천이

"미--친 놈." 하고 꼬리 내린 춘근을 용서한 듯 땅을 보며 입을 다문다.


이를 지켜보던 승준이 주눅 든 춘근을 대신하듯

"네가 근심거리가 뭐 있냐?

아들 딸 건강하게 잘 자라서 잘 살지,

교인들이 떠 받들며 먹고 살 염려 없도록 뒷바라지 다해주지."


유천은 억울하여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너도 알잖아!

한국에 계시는 늙은 어머니가 어떻게 사시는지,

비 많이 온다는 뉴스를 들으면 쓰러져 가는 낡은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날씨가 추워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외풍 센 방에서 어떻게 지내실까!

우울 해 지곤 하는 마음을….


이렇게 들쑤셔 아픈 마음을 도지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냐!

친구란 놈이.

그것만이 아니잖아!

그토록 아끼던 동생 둘이 젊은 나이에 죽은 것을 다 알면서.


주일을 지켜야 한다고 형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으며 교회에 충성하는 신앙인들이었는데…..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그렇게 주둥아리를 나불거리냐?”


머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괴고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철수가 고개를 기울여 유천을 바라보며

"넌 세상에서는 고생을 했어도 천국에서 큰 상을 받고 높은 자리에 앉을 거잖아!" 한다.


용기가 상을 찡그리고 철수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현재가 중요하지 죽은 다음에 받을 상과 높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어차피 천국은 가장 좋은 것들만 있는 곳이고,

먹고살 걱정도,

경쟁도,

질투도,

높고 낮음도 없고 평화와 사랑만 존재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상 받고 높이 되니 좋을 것이라고?


앞뒤가 맞는 말을 해야지!"


철학자나 된 듯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끼고 고민하며 듣고 있던 승준이가 한쪽 눈을 찡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천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천국이 정말 있기는 있는 거야?

있다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있어?

그리고 천국이 있다면 왜 병든 사람을 치료해 달라고 기도를 하냐?

천당 가는 것을 방해하는 일인데...."


주절거리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느꼈는지 좌중을 둘러보곤 유천의 눈치를 살핀다.

유천은 잠시 침묵하며 땅을 바라보다 고요를 깨고 입을 연다.

"세상에는 수박 겉핥기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수박 속 살을 먹는 것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지.


주어진 환경과 맺어진 친구와 가족 관계를 통해 사랑과 존재가치를 높이며 행복을 기대하며 살지만

서로가 아픔과 기쁨 그리고 고민과 꿈을 전혀 모르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오히려 남남보다 못하게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나 눈빛만 보아도 진심을 알고 그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지.


신앙도 그래.

하나님은 믿는데 진리도 모르고,

하나님이 주신 공감의 언어도 모르고,

노예와 거지 근성으로 전지전능하신 능력만 바라며 열심히 빌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여 허망한 존재가 되는 사람도 있지.

교회에서 돈과 몸을 다 바쳐 충성을 하면서도....


그래서 외로워하고,

허무해하고,

우울해하고,

의심하며 속고 속이고 허풍 떨며,

남의 눈과 돈과 비교의식에 매여 살다,


점을 볼까?

무당을 찾아갈까?

절에 가 볼까?

방황하다 불쌍하게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아.


그러나 진리를 깨닫고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공감의 언어를 들으며 서로 원활한 소통이 되고,

주어진 성품과 달란트 그리고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가치 있게 수박 속살을 먹듯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어.


살아서 천국을 경험하듯이."


고요한 침묵이 흐른다.

자신의 삶을 복기하며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가늠하는가 보다.


고요함에 점점 깊은 질문이 피어오른다.

진리 안에서 소꿉친구들을 하나 되게 하시려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