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었던 부끄럼이 화들짝 놀라 관계의 초석이 되다

짧은 생각이 아림을 만들고 사랑을 익히다

by 지준호

"목사님 아들이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어요."

아버지 학교 진행자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은밀히 이야기한다.

"소문이 교회 전체로 퍼지면 파장이 클 텐데.... 어떻게 할까요?"

"그럴 리 없을 텐데.... "

난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을 했다.

"아들을 먼저 만나야지요."


교회에서 진행하는 아버지 학교에 함께 입학한 담임목사인 나와 아들이 만났다.

"나를 미워한다는 이야기가 사실이야?" 질문을 했다.


아들이 담담하게 대답을 한다.

"네"


"무엇이 아빠를 미워하게 만들었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물었다.


아팠던 옛날을 곱씹기 힘겨운 듯 눈시울을 붉히며 설명을 한다.

"하이스클 다닐 때 아빠가 학교에 불려 갔어요. 내가 친구들과 싸움한 것 때문에.

그때 아빠는 선생님에게 아무 말 없이 "미안하다" 사과하고 나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 매질을 했어요."


아! 하는 충격과 함께 숨었던 부끄럼이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아들이 그때 상황을 고개를 숙이고 설명을 한다.

"난 걸리지 않아서 그렇지 50번이 넘게 백인들과 결투를 했어요.

억울함 당하는 한국 친구들의 대리 결투도 많이 했고요.

그때 내가 얼마나 억울하고 외로웠는지 알아요?

몇 명 안 되는 한인들이 백인들에게 얼마나 비참하게 왕따를 당했는지 아세요?

뒤에 앉은 아이가 라이터로 내 머리에 불을 지르기도 했어요."


난 혼이 빠져 달아나는 듯했다.


"난 싸우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아빠는 싸움한 것만 지적하며 매질을 했어요."


난 그때 목사의 아들이 싸움했다는 부끄러움에 사과하고 부랴부랴 아들을 데리고 교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체면 상하게 한 것에 분풀이를 사랑이라 포장하고 매질을 했다.


아!!!!! 사랑보다 목사의 체면이 커서 싸운 상황을 아는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니! 아예 백인들을 상대해 다툴 용기가 없었다.

부끄러운 비굴함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버지 학교의 모임에서도 고백을 했다.

아내에게도 물론

그리고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실컷 울었다.


아빠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때에 난 체면 때문에 교육을 명분으로 사랑하는 아들에게 폭력을 가 했다.

그리고 이민자의 외로움에 떨도록 했다.


짧은 생각과 비굴하고 이기적인 은밀한 치부를 생애 처음으로 들켰다.

어릴 적의 회초리, 학창 시절 횡횡했던 선생님의 빠따, 군대 시절의 이유 없는 폭력의 문화에 길 들여 저 있는 내 모습도 보인다.


사람 되게 하려고 부끄러운 순간을 드러내시는가 보다.

그리고 이 순간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시느라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셨는가 보다.


적절 한 때에 부끄러움을 생생하게 떠 올리며 사람을 만들어 가시는 은혜에 감사를 했다.

하지만 외로웠을 아들의 때늦은 아림이 하염없는 눈물을 흐르게 한다.


이 후로 난 철이 조금 들어 상황을 만날 때마다 체면인가 사랑인가를 분별하려 애쓴다.

그리고 나처럼 어리석고 지질하여 부자지간의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려 아버지 학교 강사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순간적인 이해타산과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다투기 일쑤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기고 영혼의 자유와, 맑은 마음으로 보는 세상과 샘솟는 자존감을 가끔 선물로 받는다.

그리고 외롭게 결투하던 순간들을 배포와 큰 그릇 되는 밑거름으로 삼고 믿음직스럽게 살아가는 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