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외화 동전은 주말에 내 모습과 같지. 집밖으로 나오지 않지.
각양각색의 스타트업 회사 이야기. 대표님들의 남다른 이야기... 내가 늘 관심 갖는 이슈지만, 나는 늘 그 시작이 궁금했다. 정말 정말 시작 단계의 이야기들 말이다. 스타트업에 이제 막 발을 담근 나로서는 매일매일 우물에서 찰랑찰랑거리며 요란스럽게 일하고 있지만, 일은 매일 손톱만큼씩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배우는 게 있고, 매일 느끼는 게 있다. 다른 회사들도 이렇게 시작했을까? 이런 순간엔 어떻게 선택했을까? 평소엔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을까? 궁금해졌다. 나부터 그런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언젠가 (조만간...!) 개성있고 재미있는 회사로 성장할 <익스트래블>을 기대하며, 나부터 첫걸음의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스타트업 다이어리’는 이런 <익스트래블> 이야기다 :D
요즘은 손쉽게 통장에 잠들어 있는 소액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 잠들어 있는 카드 포인트도 찾아주고 꺼내쓰고 있는데, 정작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외화는 좀체 깨어나지 않는다. 왜? 다시 그 나라를 여행하지 않는 한 쓸 일이 없으니까.
그래도 돈은 돈이니까, 이 돈을 깨우기 위해 노크한 사람들이 우리 뿐만은 아니다. 우리가 이 아이템으로 디벨롭을 시작했을 때, 코치님들이 아시아 경진 대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업 아이템이 수상까지 하였다고 했는데, 이후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모두가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지만, 지속적으로 외화 동전을 꺼내 순환시키고 있는 곳은 없다는 것.
그렇다면 먼저, 외화 동전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1화 '너도 집에 남는 외화 동전있지?'] 편에서 '나도 나도' 손들었던 친구들을 우선 소환한다. 일일이 연락하여 일주일간 전격 지인대상 외화 수거를 실시하였는데...
1. 막상 찾으려니까 어디 있는지 모르겠음. 찾으면 줄게^^
2. 앗, 또 안 가져왔다능 ^^
3. 음..있던가? 없던가? (말똥말똥)
그렇다. 거의, 별로 가져온 친구가 없었....
지인 대상 외화 수거를 해본 결과,
집에 잠들어있는 외화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가 무척이나 번거롭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 결과(...)를 토대로, 외화를 깨우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떠올렸다.
1. 외화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쓸 수 있게 하는 것.
2. 외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것.
1번 가설을 실행해보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갔다. 국내에서 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직 이들 뿐이다. 이제 막 외국을 다녀와 인천 공항에 입국한 사람. 일단 이들이 외화 동전 환전 시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고, 팀원 모두 와르르 인천공항으로 갔다.
인천공항에 마련되어 있는 은행 부스에서 동전 환전이 가능한지, 얼마나 사람들이 환전을 하는지 문의했다. 동전 환전은 취급되지 않는다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쿼터 단위만 가능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오홋 ( ❝̆ ·̫̮ ❝̆ )✧
그렇다면 이제 인천공항에 우리 부스 하나 차려놓으면 딱인데! 여기저기 문의해, 여기다가 부스를 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봤다. 아 그런데, 우리의 환전업이 기존의 은행업무와 겹쳐서 부스 설치가 안 된다고요... 게다가 기존 부스 계약이 하아아안참 남아서, 잘못 찾아오셨다고요... (๑•_•๑)
“자, 오늘 일도 마쳤으니 칼국수 먹으러 가시죠." 대표님이 중요한 미팅이라도 잡아둔 것처럼 우리를 황해 해물 칼국수집으로 데려갔다. 뭔가 우리에게 '옛다, 나만 아는 칼국수 맛집이다!'하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팀원들 각자 한번씩은 와봤던 곳이다. 국물이 시원하다. 여기 양이 많으니, 넷이 방문시 칼국수 세 개에 낙지 추가 ㅇㅋ?
2017년 2월부터 은행에서도 외국 동전을 환전해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정책상으로는 이러하다. 외화 동전의 경우 은행에서 50퍼센트 이하 환율을 적용해 산다. 그리고 은행은 그 돈을 70퍼센트 이하 환율을 적용해 본국에 판다.
그런데 동전이 워낙 무겁고, 운송료와 보험료가 많이 들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적자가 발생하는 서비스다. 딱히 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할 서비스가 아니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알아도 은행에서 직접 환전을 받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무작정 은행을 갔다가 헛걸음 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도 주변 은행에 전화를 돌려 문의했다. 연결된 담당자가 외국 동전 환전이 가능한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담당자가 내부에서 알아본후 회신을 해줬는데, 지점에 와서 직접 문의해야만 확인해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 역시 직접 내점해서 가능여부를 확인해봐야 가능한지 알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외화 동전이 긴 잠을 자고 있는 까닭은 이런 은행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전을 갖고 있다해도 굳이 동전을 환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워낙 작은 돈이라', '은행을 찾아가기 귀찮기도 하고', '그냥 기념품으로 갖고 있어야지', 혹은 '언젠가 또 가겠지'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곳곳에 누워있는 동전을 모을 수 있다면, 좀더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동전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곳에 순환을 시키면, 저렴하게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고, 여행을 계획할 때 이제까지는 없던 새로운 여행방법의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동전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필요한 사람이 윈윈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종도에서 칼국수를 먹으면서 다양한 방법을 구상했고, 하나씩 실행하고 있다. 녜에녜에, 다 알려드릴 겁니다!
자, 그렇다면 외화 모으기 두 번째 가설.
외화를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면, 잠자는 외화가 깨어나지 않을까? 외화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한번쯤 다시 방안을 뒤져보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결국 외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행을 다니는, 여행을 가려는 여행자들이니까.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도 언제나 여행이니까 (우리의 비전도 '더 합리적이고, 더 나은 여행 문화를 만드는 것'이니까) 여행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결합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기획한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탄"으로 MVP를 실행해보기로 했다.(두둥) 우리가 마련한 첫 번째 아이디어를 가지고 6월 둘째주 신촌 업스트리트 행사에 참가했다. 그래서 무엇이냐고, 그것은 말이죠 바로바로...
여러분 다음화에 계속이에요. 찡긋찡긋 ( ღ'ᴗ'ღ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