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OF THE FxxxING WORLD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트랩 대령의 큰 딸 리즐은 남자 친구 랄프와 밀애를 즐기며 '지금은 16살이지만 곧 17살이 된다'며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고 하여 남녀가 유별하며 음양오행의 이치를 알기 전까지는 한낱 어린애들의 불장난이라 치부하며 금기시하는 것이 많았다.
영국에서 제작하고 2017년 방영한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방년 16세 남녀 청소년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중학교 2학년때인 15세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혼란기이고, 종잡을 수 없는 나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심지어 학교 교사들도 알 것 다 알고 어느 정도는 앞날을 걱정하는 고등학생보다는 이제 겨드랑이에 털 좀 났다고 어른행세하려 드는 중학생들이 더 다루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마당에 우리나라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오픈 마인드(?)의 유럽인 영국 아이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인 제임스는 어린 시절 자기가 보는 앞에서 엄마가 자살을 했고 본인은 사이코패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유머감각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아버지가 사 온 튀김기에 손을 집어넣을 정도로 모험심(?)이 강한 엉뚱한 아이다.
여주인공인 앨리사는 또 어떤가. 부모의 이혼으로 재혼 가정에 사는 앨리사는 재혼부인 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뭔가 삐뚤어지고 싶어 안달인 아이다. 이런 아이 둘의 조합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제임스는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가 분명하기에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데 그 대상은 앨리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엉뚱 삐뚤 삐딱이 근본인 앨리사는 감정의 기복도 없어 보이고 의욕도 없는 듯한 제임스가 그저 궁금하고 만만한 대상일 뿐이다.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영국의 작가 찰스 포스먼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다. 드라마 방영 당시 제목은 'The end of the fucking world'다. 시즌 1의 엔딩곡인 스키터 데이비스의 노래 제목에서 따온 듯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극 중 인물들이나 상황, 설정 등이 독특하고 남다른데, 그 중간중간 삽입되는 음악들이 압권이다. 영국의 록밴드 블러의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이 음악을 맡았는데 드라마 초반부에 흘러나오는 1959년작 'Laughing on the outside'는 드라마가 끝나도 귀에서 잊혀지지 않고 맴돈다.
아빠의 죽빵을 날리고 앨리사와 아빠의 차를 훔쳐서 기약 없는 길을 떠나는 제임스. 그런 제임스와 동행하는 앨리사. 그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들이 돌아보며 심드렁한 얼굴로 외칠 듯하다. "벌어먹을 세상 따위는 개에게나 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