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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Oct 26. 2024

손석희 씨와 스포츠 PD

2006년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는 1차전 토고에게 원정 월드컵 1승을 거뒀고 2차전은 1998년 월드컵 우승팀인 아트 사커 프랑스에게 비겼다. 드디어 결전의 날인 6월 24일. 6.25 사변일 전날 16강 진출을 위한 스위스와의 결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패배. 쓰디쓴 고배의 잔을 들어야 했다.

이 당시 손석희 씨는 MBC 라디오에서 시선집중을 진행했는데, 한 코너에 PD가 출연해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꼭지가 있었다. 담당 PD는 이번 월드컵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우리나라와 첫 번째 상대하는 팀인 토고의 영어 스펠링을 한글 자판으로 치면 '새해'라는 글자가 된다며 신년 벽두부터 좋은 조짐이 보임을 설파했다.

우리나라가 스위스에 석패하고 울적한 기분에 나는, 평촌에서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결심한다. 스위스전이 끝나고 MBC에서는 '오늘 축구는 죽었다'라는 자막을 넣어 내보냈고, 배경 음악으로 마이클  볼튼의 'Hear me'를 틀었다.(이 기획도 그 PD가 담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자전거에 오르자 귓가에는 그 노래가 흘렀다.

다시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 PD가 출연했다.(실제로 그는 이 씨였다) NBA 소식을 전했는데, LA 레이커스를 언급하던 그에게 손석희가 뜬금없이 질문했다.

"그런데 LA 레이커스 팀명의 유래를 아십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이 PD가 말했다.

"레이커스라는 팀은 원래 큰 호수가 있는 미네소타 지역에 있었는데, 팀의 연고지를 로스앤젤레스로 이전하면서 팀명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라는 명쾌한 답변.

이에 슬며시 웃으며 손앵커가 말한다.

"정확히 아시는군요".

알고 보니 손앵커가 미국 유학시절 지내던 곳이 미네소타였다.

짜고 치는 문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천하의 손앵커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게 말하던 그 PD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도 어디선가 명민한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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