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와 짜장면

by Jonx

1. 빨대

둘째 아들 군대 면회를 가기 위해 이른 아침 포천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각종 음식을 손수 만들어서 갔는데, 양도 너무 많고 번거로워서 이번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서 사가기로 했다.

첫 번째로 아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 맥치킨 모짜렐라를 사기 위해 매장에 들러 햄버거를 사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알바생의 실수로 커피가 한 잔만 나왔다. 먼저 먹으라는 와이프의 말에 나는 조금만 마셔도 되니 먼저 마시고 남겨달라고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외곽순환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와이프가 커피를 건넸다. 커피에는 빨대가 꽂혀있었다.

"빨대는 빼고 줘야지, 드럽게".

룸미러로 뒷좌석의 와이프를 보니, 눈동자에 살짝 흰 자가 보이더니 빨대를 빼고 커피를 건네주며 와이프가 말했다.

"왜 이래 이거, 우리 뽀뽀하던 사이야".


2. 짜장면

아들 면회를 하다가 저녁때가 돼서 중국요리를 먹기로 하고 부대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사 왔다. 배가 부른 나는 탕수육만 먹었고 짜장면은 와이프가, 짬뽕은 아들이 먹었다.

잘 먹던 중 와이프가 짜장면 그릇을 내게 들이밀며 말했다.

"배불러. 그만 먹을래. 깨끗하게 먹었으니 나머지는 당신이 먹어".

짜장면 그릇에는 짜장 양념 잔뜩과 면 3분의 1 가량이 남아있었다.

면과 양념을 비비며 내가 말했다.

"알았어, 먹을게. 이미 버린 몸".


이 정도면 결혼 24년 차인 정상 부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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