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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Aug 04. 2023

서현역 사건을 들여다보며

범죄 영상 유포와 보도에 대한 반성

오늘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졌다. 14명이 다쳤는데, 이번 사건은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신림역 사건 때부터 많은 걱정이 됐다.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은 무차별 범죄라서가 아니다. 범행장면이 담긴 영상이 필터링 없이 일반 시민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벌어진 서현역 사건 또한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이 그대로 시민들에게 노출되었다.


일반 시민에게 범행장면 영상이 노출되면 일부 시민들은 충격으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모방범죄'에 있다. 나 또한 이제는 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으로서 두 사건의 영상을 보게 됐다. 신림역 사건 당시 영상은 사회부 기자 경험이 있던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오늘 서현역 사건 영상을 보며 곧바로 '모방범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적으로도 가깝고, 범행장소의 특징이나 범행수법 등이 유사해 보였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며 직접적으로 범행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구체적인 범행방법과 도구를 묘사하지 않는 이유는 2차 피해와 모방범죄를 막기 위함에 있다. 실제로 형사사건을 취재하다 보면 경찰에서도 기자들에게 범행에 사용된 구체적인 도구를 알려주거나 하지 않는다. 기자 개인의 취재력으로 범행도구를 특정해 내고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보도에서는 '흉기', '둔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영상은 범행 이전과 이후 상황이 담긴 영상만을 내보낸다.


물론 이러한 보도방식을 지키지 않는 언론사나 기자들도 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범행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거나 범행 장면이 그대로 담긴 사진, 영상이 기사에 실리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건전한 보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함일 것이다.


이처럼 언론 내부와 외부에서의 많은 자정작용이 있음에도 신림역, 서현역 사건에서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이 일반 시민들에게 노출되었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경우도 있지만 sns나 다른 뉴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은 시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신림역, 서현역 사건을 모방한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언론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채널 이용자나 일반 시민들도 범행 영상 유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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