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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환 Dec 10. 2018

미디어 비즈니스의 전성기는 끝났다

지환이의 콘텐트/미디어 생각 #3

지난 두 번의 글들을 통해, 미디어 시장에서 돌고 있는 돈의 성격과 흐름, 그리고 그 속에서의 콘텐트 제작사의 위치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은,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미디어 비즈니스"는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존 방송 시장과 디지털 시장의 나눠먹기


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기존 방송 시스템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부분들이 생겨나고 시장의 일부가 대체되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기존 방송 시스템이 미디어 시장에서 독주하던 시절, 방송국은 미디어 시장에서 높은 마진율로, 늘 남는 장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디어 시장의 핵심 자금 출처는 광고를 하는 기업들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성장으로, "광고 하는 기업들"이라는 하나의 자금원에서 나오는 돈을 기존 방송 미디어 시장과 디지털 미디어 시장이 나눠서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즉, 기존의 방송 시장의 입장에서는 소요해야하는 비용은 일정한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니 마진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되었고, 디지털 미디어 시장 입장에서는 기존 방송 시장이 독점하고 있던 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셈이니 시작부터 (이론적으로 아주 잘 쳐줘서) 절반 사이즈의 시장에 진입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으로는 기존 방송 미디어 시장과 디지털 미디어 시장 그 어느 쪽도, 방송국이 독점하던 시절의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합니다. 



2. 디지털 플랫폼들은 돈을 벌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방송국이 몇개일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디지털 영상 플랫폼은 몇개일까요?


정확한 답은 잘 모르겠지만 이미 방송국의 수보다 디지털 영상 플랫폼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계실겁니다. 


방송국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과 디지털 영상 플랫폼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비교가 필요 없을 만큼 큰 차이가 납니다. 비용 뿐이 아닙니다. 방송국을 만드려면 전파 사용이나 채널 확보를 위해 일정정도의 자격이 필요하는 등, 각종 행정적인 절차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디지털에서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는, 사업자 신고 정도의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됩니다. 


이렇게 쉽게, 간단히, 저렴한 비용으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시장이기 때문에 너도나도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또 이런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들이 더욱 늘어날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 돈을 나눠먹어야 하는 플랫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플랫폼이 먹을 수 있는 파이 조각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3. 그렇다면 디지털 제작사는?


우리는 앞선 글들에서 미디어 시장 구조에서 콘텐트 제작사가 지속가능한 큰 돈을 버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당연히 이 소제목의 결론 또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디지털 제작사들은 돈을 벌고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듭니다. 디지털 플랫폼들도 파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디지털 제작사들의 실정은 좀 더 심각합니다. 


시청자는 개인 창작자와 프로덕션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냥 본인에게 재미있는 콘텐트를 볼 뿐이죠. 광고주도 마찬가지입니다. 효과가 좋으면 그만이지, 개인 창작자냐 프로덕션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시장에 디지털 제작사가, 그리고 디지털 콘텐트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지 굳이 더 말씀 안드려도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결국 플랫폼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장에 콘텐트 제작사 및 콘텐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기존의 방송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광고비가 뿌려집니다. 


기존 방송 시스템에서는 하나 혹은 몇개의 묶음 콘텐트에 배정되던 광고비가(ex. 무한도전에 광고를 붙이려면 12시 뉴스에도 광고를 붙여야 한다던지), 디지털에서는 타깃 설정에 맞는 불특정 다수(특정 콘텐트에 집중되는 경우가 아주 가끔씩 있기는 합니다)의 콘텐트에 뿌려집니다. 디지털의 경우, 광고의 타깃에 따라 콘텐트들이 더욱 세분화되어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콘텐트에 배당되는 광고비가 점점 더 쪼개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디지털 시장에 들어오는 광고비는 점점 늘어날지 모르지만, 각각의 콘텐트를 만드는 제작사 입장에서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점점 줄어드는 셈입니다.



4. 정리


물론, 사이사이 틈새 시장과 가능성들은 있습니다. 기업 단위가 아닌 1인 혹은 소규모 단위의 수익구조들은 나올 것이고, 잠깐 반짝하는 기회들을 잡아 돈을 버는 기회나 회사들도 있을겁니다. 강남스타일처럼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해서 수십억의 시청 수익을 가져가는 콘텐트도 계속 나올 것이고, 미스터선샤인처럼 대규모(그래봤자 우리나라에서 대규모지만...)의 제작비가 들어간 히트작품들도 나올겁니다. 그리고, 디지털과 기존 방송 시장을 아우르는 모델들도 나올겁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생각은 별도의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았을 때, 미디어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더 조각나고 세분화되고 있으며, 그 속의 한 회사가 기존의 부귀영화를 누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다른 한 축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니, 기존에는 주자가 많지 않아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던 레이스였지만, 이제는 업계에 새로운 시류를 형성할 만큼 규모가 커지는 형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음료 회사인 레드불이 미디어 회사를 하며 콘텐트를 만들고 있고,

커머스 회사인 아마존이 미디어 회사를 하며 콘텐트를 만들고 있고,

통신회사인 SKT가 미디어 회사를 하며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며 콘텐트를 만드는 이유는,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회사가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이유와는 아주 다릅니다.


다음 글에서, 이 이유들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시리즈는, 미디어/콘텐트 산업에 대한 대표이사의 생각을 칠십이초 사내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얼마 전부터 시작한 연재입니다. 내부에만 공유하려다, 혹시라도 콘텐트와 관련하여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하고 계시거나, 저처럼 업계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계실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외부에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노파심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읽는 분들의 몫으로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비 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앞으로 무수히 언급될 '미디어'라는 용어는 '콘텐트 + 플랫폼'을 통칭하는 뜻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콘텐트’는 주로 '엔터테인먼트성 영상 콘텐트'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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