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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May 30. 2024

향연

하늘이 그린 그림

손님을 거나하게 치른 다음 날이라 멍을 때리며 푹~ 쉬고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자꾸 그림을 그려가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조용히 멍을 때리고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모양새와 공간을 바꿔가며 결국 나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와아!!!”

‘찰칵! 찰칵! 찰칵!’

“와아!!!”

‘찰칵! 찰칵! 찰칵!’

:

:

:

쉴 수가 없었다.

앞 베란다에서는 청계산 위에 슬쩍 내려앉아 쉬고 있는 구름이, 

뒷 베란다에서는 관악산을 바라보며 휘파람불 듯 휘휘 지나가는 구름들이,

잠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늘이 그려내는 그림을 담기에 한동안 정신이 팔렸다.


순간 카페에 나가고 싶어졌다.

하늘이 한눈에 펼쳐지는 카페에 나가 하늘이 벌이는 향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늘 같은 날, 집안에만 있으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런데, 

그런데,

피곤한 몸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제발... 제발... 나 오늘 너무 힘들어~~~ 제발, 집에 있어줘! 쉬고 싶어~~~!!!’

결국, 피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을 주저앉혔다.

‘아… 쩝쩝쩝 ㅜㅜㅜ’


:

:

:


“그래! 꼭 카페만 카페인가! 우리 집도 카페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배달 앱을 켜서 맛있기로 유명한 디저트 카페에서 ‘올리브 치아바타’와 ‘딸기크림 라떼’를 주문했다.

“띵동!”

‘올리브 치아바타’를 오븐에 살짝 데우고, ‘딸기크림 라떼’를 세팅해 놓으니,

이곳이 바로 <우리 집 Cafe>!


Good Job!!!


Good Job!!!


관악산이 보이는 뒷 베란다에 올라가 친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나가서 하늘 좀 보세요! 정말 장관이에요!”

“어머머… 전화 안 했으면 방안에만 있을 뻔했네요 ㅠ”

“너무 멋지죠!!!”

“최고예요! 최고!”


학교에 가 있을 딸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작업실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걸어 보세요~~~^^”라고.

내 이야기에 강압(?)이 실렸는지 곧바로 딸도 사진 한 장을 찍어 보냈다 ㅎ.

하늘의 향연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그날, 

다소 호들갑스러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마치 <하늘의 향연>에 초대된 듯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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