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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의 전쟁

끝없이 뽑고 뽑고 또 뽑고... < Life 레시피 >

by 이숙재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다.

안 본 새 잡초는 무럭무럭 자라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끝도 없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후우~~~~~”


다리를 다친 뒤로 잡초 뽑는 일은 주로 남편의 일이 되었지만, 느닷없이 토요일에 출근해 버리고만 남편 덕분(?)에 어찌할 수 없이 내 일이 되고 말았다 ㅠ. 누구도 내게 잡초를 뽑으라고 종용하는 사람도 없지만 왠지 안 뽑고 있으려니 한없이 게으른 나 자신이 창피해 결국 간이 의자에 앉아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 속으로 나를 밀어 넣고 하염없이 잡초를 뽑아가기 시작했다.




신혼 초 남의 집살이를 할 때, 마당 가득히 퍼져 있는 잡초들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잡초를 잡초라 생각하지 못했고, 다만 ‘풀’ 종류의 하나로 보았다. 그래서 잡초를 뽑기는커녕 마냥 바라보며 “아~ 좋네!”라고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비록 남의 집살이였지만 서로 마당이 달라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리 집 마당에 자라난 잡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신경 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다 못했는지 주인집 아주머니가


“아이코~ 이 잡초들을 왜 이렇게 키워요! 뽑아야지!”라고 한마디 하며 지나간다.

그때 순간 우리 부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게 되었고 그 길로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열심히 잡초들을 뽑아 댔다. 왠지 우리 부부의 게으름에 대해 책망을 받는 듯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창피했다. 잡초를 뽑고 나니 마당이 훨친해졌다. 그런데 그 당시 왜 꼭 잡초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초록초록한 풀들이 마당 가득히 나 있는 것도 괜찮은데 하면서 말이다.




몇 년 후,

우리 부부는 더덕을 조금 심은 적이 있다.

땅을 갈고 지인에게 더덕 모종을 얻어 다 애지중지해 가며 더덕을 심었다.

3년 잘 키우면 더덕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더덕을 심었고, 더덕구이를 해 먹을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심는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밭 가득히 우쑥우쑥 자라나는 잡초들이었다.

더덕 심은 자리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잡초는 무서운 기세로 올라왔다. 처음에 우리 부부는 열심히 아주 열심히 잡초를 뽑아 댔다. 그런데 잡초 뽑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우리 부부는 점점 꾀가 나기 시작했다. 더 우스러운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이 더덕인지 어떤 것이 잡초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일자무식이니 나팔꽃을 보고 더덕꽃인 줄 알고 기쁨의 세리머니를 질렀고, 거기에 잘 자라라고 장대까지 꽂아주었으니... ㅜㅜㅜ, 참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 ㅋㅋㅋ. 기대가 좌절로 바뀌면서 점점 더덕에 대한 희망이 희미해져 갔다.


“나 이번 주 토요일에는 출근해야 해서 밭에 못 가는데… 어쩌지…”

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옳다구나 땡이로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이번 주는 쉴까?”하고 날름 받아쳤다.

“그럼 그럴까!”하고 남편도 ‘기회는 이때다!’ 싶은지 맞장구를 쳤다.


한 주 한 주 또 한 주,

우리 부부의 게으름과 꾀가 합세하여 결국 몇 달 동안 더덕 밭을 방치하고 말았다.

몇 달 뒤 찾아간 더덕 밭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엉망진창이었다.

물론 더덕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더덕 밭을 갈아엎었다.


그때 잡초의 위력과 폐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잡초는 그냥 풀이 아니라 좋은 작물을 다 못쓰게 만든다는 사실을 ㅋ.

참, 나이도 들만큼 들었건만 그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민망할 뿐이다.




그 이후로 나는 잡초와의 전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뽑아도 뽑아도 끊임없이 자라나 좋은 밭을 갉아먹는 잡초들을 뽑고 있다.


잡초를 뽑으며 내 삶 속의 잡초들이 생각났다.

내 인생을 갉아먹는 잡초들이 내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올 때 매일같이 뽑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덕 밭에 무서울 정도로 사납게 자라난 잡초들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던 그 순간.

내 삶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다는 것은 스스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매일같이 나는 내 안의 잡초들을 성실하게 뽑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뽑고 있다.

자라나면 뽑고 자라나면 뽑고,

뽑고 뽑고 또 뽑는다.






* 커버 사진 출처 : Pix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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