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2015년 8월 20일
아름다운 호수, 화산활동과 마오리 음악·춤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홍이를 나눈 뒤 '키아오라(환영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인사를 할 것이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노래를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연가(PoKareKare Ana)'의 고향이 로토루아다. 마오리족과 화산 활동을 보려는 여행자들로 로토루아는 항상 북적인다. 남섬의 퀸즈타운과 더불어 뉴질랜드에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인근에 있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 때문에 최근에는 더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고 있다.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인에 포함된다. 폴리네시아란 ‘많은 섬들’이라는 뜻이다. 육지 면적은 작으나 섬들이 분포하는 해역은 태평양의 반을 차지한다. 서부의 통가·사모아에서 북부의 하와이 제도, 남동쪽 끝의 이스터섬까지, 그 남쪽 끝이 이 뉴질랜드이다.
기원전 수세기 때 인도네시아의 아시아인들이 작은 배를 타고 이웃 섬에 가기 시작하였고 섬에서 다음 섬으로 끝없는 이주를 하며 10세기에는 이 머나먼 뉴질랜드 섬와 이스터 섬까지 도달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그 섬의 환경에 맞춰 다른 방향과 속도로 발전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단절된 섬들 사이에서 어떻게 문화, 사회, 정치, 군사적 차이를 만들어가는지 아주 긴 설명을 했다.
그런 차이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광대한 해역에 산재하지만 폴리네시아인으로서의 동질성을 보여, 오늘날에도 남쪽 끝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가 최북단 하와이의 카나카족에게 통한다고 한다. 폴리네시아인은 형질적으로도 단일 인종을 형성한다.
토착민 마오리족들은 이곳이 매력적인 온천 관광지가 되기 전부터 이 곳의 화산 활동을 잘 이용하며 살아왔다. 19 세기 후반부터 점점 늘어나는 유럽 이주민들과 여러 차례 갈등이 벌어졌고 이제는 소수가 되어버린 마오리 주민들은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이 나라에서, 로토루아는 뉴질랜드의 토착민 역사, 지리, 그리고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는 여행인데 로토루아는 코까지 자극하는 곳이다.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냄새이다. 바로 유황 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호수뿐 아니라 곳곳의 작은 분출구 아니 하수구에서도 유황 냄새를 느낀다.
연가가 태어났다는 로토루아 호수는 북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다. 평화로운 호수의 한쪽에는 유람선이 떠 있고 호수 위의 블랙스완은 여유를 더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활화산 지대이며, 땅 표면 바로 아래에서는 환태평양 화산대의 지각판이 삐걱대며 움직이고 있다. 관광 명소가 되는 동시에 이들을 모두 파멸시켜 버릴 위협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마오리족의 마을을 방문하면 그들만의 흥겨운 공연는 물론 그들의 주식인 항이(Hangi)가 포함된 저녁 식사까지 대접받는다. 하카(Haka, 창)를 들고 얼굴에 위압적인 문신을 한 마오리족 전사들의 춤은 과거 원주민 부족 간의 전쟁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몸짓에서 비롯되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혀를 길게 내미는 그들만의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들은 홍이(Hongi)를 나눈 뒤 “키아오라(Kia Ora, 환영합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반갑게 인사를 할 것이다. 홍이(Hongi)는 이마와 코를 맞대는 마오리족의 대표적인 인사법이다. 코를 맞대는 행동은 삶의 숨결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누구나 동의할만한 뉴질랜드 북섬 최고의 명소이다. 여행 초기에 왔다면 너무나 큰 감탄으로 가득했을 것이고 따뜻한 날씨라면 여러 액티비티를 즐기며 머물만한 장소인데 아쉽다.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남섬의 퀸즈타운은 다음을 기약하려 한다. 더 좋은 시기에 더 좋은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기회를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