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곳에서 만나요_이유리 作
무엇 때문에 죽음을 택했는지야 알 수 없으나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 많이 수척하고 나이 들었으나 아직도 오뚝한 콧날을 옆얼굴로 보여주면서 나 요새 죽고 싶다, 같은 말을 던져라도 보지. 죽을 용기와 힘이 있었다면 차라리 그걸로 오리배 페달을 꾸역꾸역 밟아볼 일이지.
언뜻 보기엔 화목하고 다정해 보이는 모습으로 모두를 작은 배에 가두어 뭍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하나 쪽에 달린 페달은 자기 발밑에마 둔 채로, 어차피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인간들임을 깨닫게 하려고.
사실 자주 생각했습니다. 제가 두고 도망친 것들에 대해서요. (중략) 그랬다면 스스로의 죽음에 이토록 무심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는 심지어 가끔은, 내가 죽은 것이 더할 수 없이 온당하게 느껴져 고소하기까지 해요. 죽어 마땅하지요. (중략) 마땅히 마주해야 하는 것들을 마주하지 않았으니까요. 비겁하게 도망만 쳤으니까요.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해 버리는 순간, 사랑은 순식간에 작아지고 납작해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죽었는데도 ‘옮겨지지’ 않은 인간들은 모두가 삶에 미련이 없던 이들이었어. 죽고 싶다, 까지는 아니지만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그런 생을 살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막상 그들이 죽고 나니까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아무튼 원하는 건 거의 비슷한데,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또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어쩜 그렇게든 끈질기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지. 맘대로 안 되는데도 어떻게든 저들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애쓰는 게 굉장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