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일까 2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 대해 주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통 아이들의 경우,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안 들어도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승범이의 경우는 반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원인을 추측해 볼 뿐이다.
“선생님, 우리 아빠는요 못 고치는 버릇이 있어요. 화가 나면요 때려요. 엄마도요 화가 나면 더 큰 회초리로 때려요. ”
“선생님, 어제 아빠 엄마가 저 집에서 쫓아냈어요.”
"선생님, 우리 엄마는요 잘난 척쟁이예요."
부모님은 모르실 거다.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말조심을 시켜도 8살 아이는 솔직하다. 교사와 아주 오랜 시간을 매일 함께 생활한다. 레포가 형성되고 나면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에게 못할 말이 없다.
많은 노력 끝에 1학기 말이 되면서 승범이의 폭력적인 행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나도 일을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드문드문하게 되었다. 1학기 땐,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번 아웃 상태로 자괴감에 빠져 울적했다. 2학기 땐 나도 스스로 살 길을 찾으려 애쓰며 내 탓이 아니라는 자기 위로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승범이 부모님께서도 승범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셨다. 하지만 여전한 수업 방해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승범이 어머님과 수시 상담을 하며 무용 수업 진행의 어려움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다.
“선생님, 안 그래도 승범이가 무용 시간에 많이 혼난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알림장에도 적어주시고요. 저도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무용 수업 1, 2학년이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저희 때랑 다르게 승범이 시대는 굳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으며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싫어하면 그 시간에 승범이는 책 읽으면 안 되나요? 정 안 되면 제가 무용선생님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할 말은 해야지 싶어 완곡하게 교사로서의 내 생각을 전달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 무용선생님을 만나보실 것까진 없고요. 승범이는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할 것 같지 않네요. 그리고 승범이 학습권도 있고요. 또, 학교는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도 상황에 맞게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인내하는 법도 배우는 거고요. 그래야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ADHD 관련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사건을 겪으며 1학기 무용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승범이가 ADHD일 수도 있겠구나. 스스로 통제하는 게 어려운 아이일 수도 있겠다’
나는 담임교사로서 가장 오랜 시간 승범이를 바라보며 관찰한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일까. 나는 담임교사로서 오랜 시간 승범이를 관찰한다. 부모님께 승범이의 상태를 온전히 전달할 책임이 있다. 다만 늘 아이의 문제 행동은 그 행동을 주도했던 다른 아이 탓이며 유치원 교사의 무능함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승범이의 부모님께 나는 어떤 지혜로움을 발휘해야 할까.
요즘 여러모로 고민이 된다.
부모는 제 3자가 바라보는 자녀의 모습도 인정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혼란스러워도 자녀를 위해서 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왜곡하고 회피하는 태도, 독단적인 태도는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가 되어서도 삶의 독이 될 때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