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부모일까 1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by 손길


올해, 나는 교사라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속된 말로 ‘때려치우고 싶었다’. 교직경력 첫 1학년 담임 생활을 기대했던 나는 교실 속 '단 한 명의 학생'으로 인해 사정없이 무너졌다. 교권상담이 필요할 만큼 힘들었다. 웬만해선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내가 매일 ‘힘들다’, ‘때려치울까’라는 말을 달고 지냈다. 동료 교사들이 많이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그 위로들이 그다지 힘이 되진 못했다.


‘교실 안에서 직접 겪어보지 못했으니 내 고통을 모르겠지’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1학년 무용 수업을 해 주시는 외부강사 선생님과 아주 잠깐 이야기를 나눌 때 위로가 되었다.


“선생님, 혹시 승범이 ADHD 아닌가요? 진짜 부모님이 애 교실에서 이러는 거 알고 있어요?”

“말씀드려도 방어만 하시니 지치네요. ADHD일수도 있을까요? 전 그쪽으론 생각을 못해봤는데.”


내가 바라본 승범이는 감정조절이나 폭력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행동 패턴이나 사고의 흐름을 닮는다. 태어나 줄곧 보고 자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입학식 때부터 유독 도드라진 행동을 많이 하던 승범이는 3월 첫 주의 사건으로 교사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3월, 승범이 아버님은 얼굴에 화기를 가득 안고 학교에 오셨다. 돌봄 교실 선생님을 불러내셔선 못 할 말들을 마구 쏟아 내셨다. 아버님은 돌봄 선생님께 “정규직, 비정규직”, “돌봄교사도 교사냐”,“당신 말을 들어보면 우리 애가 문제아라서 당신이 손등을 친 거냐?”“애를 통제 못하는 건 교사 자질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럼 가르치는 일을 하면 안 되지” 등등의 이상한 말씀들을 늘어놓으셨다.

나는 교직경력기간 중 이토록 ‘무례한’ 보호자를 처음 보았다. 승범이 담임교사로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상황을 바라보며


‘아, 저런 부모와 함께 1년을 보내야 하는구나. 험난하겠다.’


막연하게 예상했을 뿐이다. 슬프게도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승범이는 나에게 아빠가 화날 때 자기를 많이 때린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교사는 적자생존이므로 그럴 때마다 늘 기록을 했다. 1학기 상담 기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상담이 시급한 승범이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방임할 수 없었기에 어머님께 아버지에 대한 승범이의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덧붙여 승범이의 학교 생활, 친구들 관계, 폭력적인 모습 등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 아주 조심스럽게 승범이가 원하면 상담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모두 수용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상담이 잘 되어 다행이다. 승범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겠구나.’


하며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 승범이 아버님께서 문자를 보내셨다. 오후 학교 방문 면담 요청하며 아동상담 전면 취소, 돌봄 교실도 이용하지 않겠다는 문자였다. 방과 후 교실로 찾아오신 승범이 부모님께서는 대뜸 휴대폰을 책상 앞에 올려 놓으시며 말씀하셨다.


“녹취하도록 하겠습니다.”


승범이 어머님은 나와의 상담내용을 몰래 녹취하셨고 그걸 아버님에게 들려주셨다 했다.

상담실 연계 프로그램을 거부하며 돌봄 교실에 보내지도 않겠다는 승범이 부모님을 보니 나는 오히려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하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님 말씀으론 6살 때 한 두 번 말을 안 들어 때린 적이 있는데 그걸 아이가 트라우마처럼 기억한단다. 하지만 상담 이후에도 승범이는 수시로 나에게 부모님의 엄격하고 무서운 양육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모르시겠지.

승범이 부모님이 이리 강한 액션을 취하시는 이유는 이러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혹시 돌봄 교사에게 듣진 않았는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한 적은 없는지, 돌봄 교사와 관련해서 학교를 떠들썩하게 할 순 있지만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는 거였다. 자신의 아들 손등을 살짝 쳤다고 씩씩거리며 학교에 오셨던 승범이 아버님이 정작 자기 아들을 그보다 더한 체벌로 다스린다는 걸 돌봄 교실 선생님이 알고 계신다는 게 지독한 수치심과 자격지심으로 느껴지셨던 걸까. 결국 이 모든 반응들이 부모 자신들의 체면치레 때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승범이는 1학기 내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많이 했다. 내가 두 손을 잡고 제지하면 머리로 내 몸을 들이받거나 다리를 찼다. 내 옷에 우유를 부은 적도 있었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수업 방해 행동은 참기 어려웠다. 다른 친구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기에 조치가 필요했다. 부모님께 통제 불능의 승범이로 인해 연락드리며 상담실 이용을 다시 말씀드려도 매번 거절하시며 아이를 하교시켜 데려가셨다.


교사는 학부모님께 아이 문제로 전화드릴 때 수십 번을 고민한다. 나의 경우 아이의 문제를 최대한 순화시켜서 표현하며 학부모님의 마음에 구멍이 나지 않게 조심한다. 웬만해선 전화를 드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승범이 어머님과의 통화를 녹취했다.


“정말 저희 애가 그런다고요? 언제, 어떻게 했는지 상세히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초반,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집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아이가 왜 학교에서 그러는지, 자신의 아이는 논리적인 아이라 무언가 불합리한 게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셨냐는 말을 늘 먼저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도 학기 말이 되자 결국 자기 아이의 폭력성을 인정하셨다.


“선생님, 승범이 폭력성의 원인을 모르겠네요. 집에서는 정말 자기 할 일 잘하고 입 델 것이 없는 아이거든요. 왜 그럴까요. 죄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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