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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 Feb 01. 2024

책 출간 이후의 일상

<다문화 시대, 공존의 교실> 출간


2023년 12월 20일 내 첫 책이 출간되었다. 

다문화 학생 과반수 학교에 근무하는 초등교사로 지내며 나의 전문성에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았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소통의 한계에 직면했다. 교실 속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많았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자꾸 물음표가 달리던 시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새벽 시간뿐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어떻게든 들어 올리면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선물처럼 찾아왔다.  노트북에 퇴고하지 않은 글이 쌓였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이 흔들렸고, 점점 단단해졌다. 


책 출간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 2023년,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고. 


지인들에게 책 출간 소식을 알렸다. 내가 쓴 책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무척 궁금하면서도 신경 쓰였다. 지인들이 하나 둘 책구매 인증을 하거나 책 후기를 이야기해 줄 때면 진심으로 감사했다. 저자가 독자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알게 되었다. 책에 대한 아주 짧은 피드백도 허투루 다가오지 않았다.  별생각 없이 발행했던 책 후기도 누군가는 마음 조리며 읽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내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랫동안 함께 하고 있는 독서모임원들과 책 출간 기념 모임을 했다.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책을 잔뜩 사 온 분들, 지인들에게 책 홍보를 한다는 분들 모두 감동이었다. 감동과 감사, 말로는 부족하다. 나만큼 내 책이 잘 되기를,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를 바라는 사람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림책 동아리원들이 현수막까지 제작하여 출간기념회도 열어 주었다. 


얼마 전 교보 문고에 가서 내 책이 어디 있나 찾아도 보았다.  기분이 묘했다. 지인들도 서점 방문 후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첫 시작은 괴로움의 배출이었다. 내 연약함의 고백, 학교 생활의 어려움. 내 일상에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지속했다. 그것뿐이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어떻게 책을 썼냐는, '대단하다'는 지인들의 칭찬에 여전히 민망하고 부끄럽다. 사실 모두가 자기만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나는 그저 다른 것 말고 글을 썼을 뿐이다. 

  주류의 학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책에 공감하며 경험과 고민을 나눠주는 교사 지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매일 '다문화'관련 이슈들을 확인한다. 전국적으로 다문화 학생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학교가 많다. 

  매듭지었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 이젠 책이 별개의 인격체 같다. 큰일이다. 자녀가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책에게도 그런 마음이 생기는 중이다.  새로 달린 인터넷 서점 100자 평에 두근거리고, 세일즈포인트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신기하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책 출간 이후 내 주위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다시금 깨닫는다.  함께 기뻐하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모자람 가득한 글을 세상에 내놓아 부끄럽고 작아지곤 하는 마음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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