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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Sep 17. 2022

최할리의 내일로 가는 밤

나의 새벽 시간

열흘 간의 스페인 출장 후 복귀. 아직은 시차 적응이 안된다. 저녁 8시면 잠이 들었다가 12시에 깬다. 많은 이들이 잠에 빠져 있는 시간. 나는 깨어 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원래 그 시간은 나의 시간이었다.




중학생 때 나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했다. '최할리의 내일로 가는 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책상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교과서도 읽고, 수학 문제도 풀어보고, 이런 저런 공상도 하면서. 모두 잠들어 있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좋았던지.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아 동네에 있는 스터디 카페에 왔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그럼에도 여전히 공부를 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느낌이다.




새벽 공부. 나도 20대 초반 잠깐 새벽 공부를 했었다. 여름이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은 풀벌레 소리로 가득했고,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나방이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바람을 쐴 때 로비에 가면 종이 신문이 종류별로 펼쳐져 있었고, 사법고시 합격생들의 수기집이 널려 있었다. 두꺼운 안경을 쓴 합격자들의 증명사진이 수기집 첫 부분에 실려 있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했고, 어찌어찌 공부했으며, 잠은 푹 자려고 노력했다 등.


어둠이 가고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면 수험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도서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빠르게 짐을 풀고 모의고사를 풀기 시작한다. 삭삭삭삭.


오랜만에 깨어 있는 새벽 시간이 좋다.

하지만 이제는 잘 시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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