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평생 월급을 받을 수는 없다

소설

by 봉봉주세용



강낫또씨는 결국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사 담당자와 형식적인 면담을 하고 퇴직금 정산서류 등 10여 종의 서류에 사인해서 제출했다.


대규모로 진행된 명예퇴직이었기에 공식적인 환송회는 없었다. 강낫또씨를 비롯해 200여 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강낫또씨 또래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의 나이대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아내인 송유정씨는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강낫또씨에게 용기를 줬다.


11년 동안 대기업에서 버틴 거면 잘한 것이라고.


송유정씨는 본인이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으니 당분간은 푹 쉬면서 생각해 보라고 했다. 강낫또씨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남편을 지지해 주는 아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낫또씨의 팀장도 명예퇴직을 간절히 원했으나 가족의 극심한 반대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교육비 때문에 결국 남아 있기로 했다. 강낫또씨는 회사를 떠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떠나는 사람도 용기를 낸 것이지만 남아있는 사람 역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모두 다 떠나면 자리를 지킬 사람이 없다. 누군가는 남아서 자리를 지키고 압박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강낫또씨는 회사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11년 동안 자신의 젊음을 바친 회사에 대한 나쁜 기억은 버리고 좋은 추억과 감사함을 마음속에 담고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11년 동안의 회사생활.


강낫또씨에게 회사에서의 생활은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에 입사가 확정되었을 때의 기쁨
신입사원 때 조그만 회사 배지를 선배가 양복에 달아주었을 때의 뿌듯함
회사 출입 카드를 목에 걸고 점심 먹으러 나갈 때의 상쾌함
대리로 승진했을 때 선배들과 축하주를 마실 때 느꼈던 희열 등.


좋은 추억도 많았고 나쁜 기억도 있었다. 그렇게 강낫또씨의 11년 회사생활은 마침표를 찍었다.




강낫또씨는 유튜브 활성화 모임으로 만든 ‘유너레이션’ 밴드에 자신의 퇴사 소식을 알렸다.


[저 어제 날짜로 퇴사했습니다! 앞으로는 전업 유튜버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ㅎㅎ 아! 저 유튜브 채널 이름을 강낫또tv로 바꿨어요. 친구가 tv를 붙이면 뭔가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해서요. 그리고 앞으로는 영화 소개 콘텐츠 대신 새로운 거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아낌없이 조언 부탁드려요~] - 강낫또


강낫또씨가 총무를 맡고 있는 유너레이션 밴드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이 올라왔는데 바로바로 댓글과 좋아요가 눌리며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낫또씨가 퇴사 소식을 남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멤버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잘하셨어요. 이제 진정한 생존 경쟁의 밀림에 들어오셨군요. 웰컴 투 헬] - 송파인어


[아~~~ 강낫또님! 배신자. 제가 먼저 회사 그만두려고 했는데. 저도 곧 회사 그만두려고 생각 중입니다. 조만간 백수 동지로 만나요 ㅎㅎㅎ] - 록시녹C


[평생 회사원으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회사원을 그만두어야 하지요. 강낫또님 힘내십시오.] - 안띠푸라민


[형님. 퇴사 기념으로 저희 커피숍에 함 놀러 오세요. 맛있는 드립 커피 내려 드릴게요!] - 레드보틀


강낫또씨는 유너레이션 멤버들의 댓글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유튜브 워크숍에서 처음 만나 그날 저녁 식사를 한번 한 것밖에 없는데 그 어떤 모임보다 끈끈한 느낌이었다.


강낫또씨는 멤버들이 보고 싶었다. 그는 성격상 모임이 있어도 잘 나가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자기가 모임을 주선해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공지 글을 올렸다.


[번개제안 - 강낫또 퇴사 기념 / 이번 주 금요일 저녁 8시, 경리단 길 맥파이 술집, 수제 맥주 + 피자] - 강낫또


금요일 저녁이라면 멤버들이 약속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시간이 되는 사람이 1명 이라도 있으면 만나서 술을 마시고 싶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멤버들과 얘기하며 풀고 싶었다.


강낫또씨가 올린 번개 제안에 바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 간절히 모임을 원했던 것이다.


송파인어는 그날 프리다이빙 강습이 있어 1시간 정도 늦게 참석한다고 했고 레드보틀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일찍 닫고 참석하겠다고 했다.


멤버 전원이 참석하겠다는 응답.


강낫또씨는 금요일 저녁이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