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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Jan 06. 2020

비워야 채울 수 있다

한번은 중요한 업무 메일을 놓친 적이 있다. 업무 특성 상 하루에도 100여통 이상 메일이 쏟아졌는데 몇 시간만 확인을 안하면 새로운 메일에 덮여 기존 메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구조.

아웃룩에서 중요한 메일에 깃발 표시만 해 두고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는데 그러다 보면 받은편지함은 빨간색 깃발로 가득차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잠시 한눈을 팔면 메일을 놓치게 되는 것.

일을 끝내주게 잘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내 메일함을 잠시 보더니 아무 말도 않고 자리로 돌아가 일을 했다. 업무 시간이 끝날 때쯤 선배는 자신의 자리로 나를 불러서 자신의 메일함을 보여줬다.

받은 편지함에는 메일이 한통도 없었다. 선배는 퇴근하기 전에 받은 편지함을 다 정리해서 비워둔다고 했다. 그날 처리할 수 있는 메일은 최대한 처리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메일은 폴더를 만들어서 거기로 옮겨 틈틈이 확인 후 처리한다고 했다.

나는 메일을 붙잡고 있었다. 참고 자료가 있는 메일은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기에 깃발 표시를 하고 그대로 받은 편지함에 뒀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도 읽어볼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다른 폴더로 옮겨둘 수도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놓칠 것 같아 불안했던 것이다. 메일함은 빨간색 깃발과 함께 쌓여갔고 새로운 메일이 와도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뭔가를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한다. 비우지 못하면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것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아웃룩 #메일 #직장인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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