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주세용 Jan 20. 2020

우리나라 횡단보도의 보행신호 시간

오늘 운전을 하다가 신호 대기 중에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을 봤다. 반 밖에 못 건넜는데 신호는 이미 바뀌어 있었고 횡단보도 앞에 있는 차들은 어르신이 건널 수 있도록 대기, 뒤에 있는 차들은 상황을 모르니 빵빵. 어르신이 최선을 다해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차에 탄 사람도 답답하겠지만 정작 길을 건너는 어르신이 제일 답답할 것이라는 것도.

4년 전 다리를 다쳐 2주 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던 적이 있다. 원래 걷고 뛰는 것을 좋아했기에 얼마나 답답했던지. 1주일이 지났을 때 집 앞에 있는 사우나에 가기 위해 새벽에 밖으로 나왔다. 조심조심 걸어서 횡단보도 앞까지 갔는데 도저히 신호등의 초록색 신호 안에 건널 수가 없었다. (4번까지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 그때 얼마나 서글프던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행신호는 짧은 편인 것 같다. 신호 자체가 차 위주로 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보행신호를 늘리면 차를 타는 사람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 불편이 길어야 30초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는 여유를 갖고 기다려 줄 수 있지 않을까. 차를 타는 사람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할 날이 올테니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걸음은 느려진다. 그때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짧아서 건너지 못한다면 얼마나 서글플 것인가.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고? 시간은 금방 간다.

#운전 #횡단보도 #신호등 #어르신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수상한 고객들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