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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Jan 20. 2020

제주시 터미널에서 먹었던 순대국밥

제주시 터미널에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는 조그만 국밥집. 메인 메뉴는 고기국수와 순대국밥. 2002년 처음 그곳에서 국밥을 먹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 기분이 다운된 날이었던 것 같다. 식당에 들어가니 버스기사님 한 분이 고기국수를 먹고 있었고 등산객으로 보이는 손님 한 분이 국밥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키가 크고 커다란 안경을 쓰신 주인 아저씨는 무뚝뚝하게 미지근한 물 한잔을 테이블에 갖다 줬다. 어서오세요라는 말이나 뭐 드실래요 같은 낯간지러운 말은 일체 없다. 따로국밥을(밥을 말지 않은) 하나 주문하니 얼마 안되어 반찬과 함께 나왔다. 아저씨는 무심하게 툭툭 테이블에 음식을 놓아줄 뿐. 그런 무뚝뚝함이 마음을 편하게 해줬고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약 17년이 지난 2019년 여름 다시 그곳에 방문했다. 시외버스를 타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식당에 들어갔는데 식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17년 전과 똑같이 무뚝뚝하게 미지근한 물을 테이블에 갖다줬고 나도 그때와 똑같이 따로국밥을 시켰다.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아저씨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는 것과 손을 약간 떠신다는 것 정도.

국밥이 특별한 건 아니다. 보통 국밥집 보다 작은 뚝배기에 돔베고기가 들어가고 조그만 순대가 들어간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 새우젓이 전부. 하지만 다른 국밥집보다 단백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있다. 따로국밥으로 밥을 따로 먹다가 밥이 1/3 정도 남았을 때 말아서 김치국물을 살짝 넣고 먹으면 그날 저녁은 안 먹어도 된다. 날이 추워지니 터미널에서 먹었던 그 국밥이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시터미널 순대국밥. 문득 생각이 난다.

#제주 #터미널 #순대국밥 #따로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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