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망의 카페. 다 좋은데 화장실을 5층 아래에 있는 한강공원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 특히 비가 많이 올 때는 침수 우려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도록 꺼둔다. 커피를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남자가 천천히 카페에 들어왔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지적인 모습의 남자는 얼굴에 땀이 맺혀 있었고, 한 손에는 연두색의 두꺼운 아기물티슈 한 통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아주 작은 소리로 화장실 좀 쓸 수 있겠냐고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화장실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공원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한다고. 남자는 조금 화를 내며 다시 물었다. 상황이 너무 급해서 그런데 카페 화장실 좀 쓰자고. 점원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카페에는 화장실이 없고 내려가서 써야 한다고. 남자는 원망 가득한 눈으로 잠시 점원을 노려보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점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갔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한강을 구경했다. 물이 빠진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사람들은 한강 공원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화장실에 들렀다 가려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에는 그 동안 카페에서 버리지 못한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쓰레기 봉지 위에 뭔가 있었다. 설마하며 보다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퍼질러진 ddong과 드로즈 타입의 남성용 팬티, 그리고 눈에 익은 연두색 아기물티슈 껍데기.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게 실화냐 싶은 끔찍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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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일상 #한강공원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