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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이 필요없는 시대

시장 막걸리 집에서

by 봉봉주세용

1. 인생은 추억 한 장, 한 장의 묶음이다.
2. 술은 초능력을 준다.
3. 경희야 우리가 처음 만난 역이 어디지?
-> 너 누구야! (경희 현 남친)

- 시장 골목 막걸리 집에 써진 낙서 중





자주 가는 시장 막걸리 집에 가면 기본 안주로 마른 멸치를 준다.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메인 안주가 나오기 전 벽에 가득 써진 낙서를 읽어 본다.

대부분의 글씨는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 위트가 있고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명문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마 대부분 글이 만취한 상태에서 쓴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낙서 중간에 사장님이 A4 용지에 프린트해서 붙여 둔 글이 있었다. 메르스 때 힘을 내라고 써 둔 글이었는데 마지막 문장은 ‘대한민국 화이팅!!!’ 이었다.

메르스 때가 언제였는지.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화이팅이라는 말은 유효하다.

화이팅(fighting). 싸우는 중? 힘을 내자는 구호? 어쨌든 화이팅이라는 호전적인 단어는 너무나 익숙하다. 아마도 지금 시대에 화이팅이라는 단어가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이팅이 필요없는 시대. 굳이 화이팅을 외치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웃으며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그립다. (그런 시대가 있었나?)


#시장 #낙서 #막걸리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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