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편
고향 선배와 저녁을 먹다가 스쿠버다이빙 얘기가 나왔다. 나는 한창 스쿠버에 빠져있을 때고 선배는 몇 년 전 스쿠버에 올인하던 때가 있었다. 선배가 스쿠버에 빠져있을 때 나는 별 관심이 없어서 같이 물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선배는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한번도 스쿠버를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얘기가 나온 김에 스쿠버다이빙을 해보자고 했다. 선배 아는 분이 스쿠버샵을 하는데 거기에 예약해 두겠다고 했다. 이틀 후로 다이빙 날짜가 잡혔다. 장소는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섶섬이었다.
섶섬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섬이다. 고향 집에서 보면 섶섬이 바로 보이는데 가끔 바닷길을 걸을 때 섶섬 근처까지 가서 한참 앉아있다가 오고는 했다. 섶섬은 무인도이지만 왠지 누군가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섶섬에 올라가면 비밀스러운 장소가 나오고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항상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던 섬이었다.
다이빙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아침에 스쿠버샾으로 가서 장비를 챙겼다. 선배와 나 외에도 서울에서 온 모녀가 함께 바다에 들어가기로 했다. 딸이 평소에 물을 좋아하는 어머니와 함께 1박2일 오픈워터 코스를 등록한 것이다. 전날 이론교육과 풀장교육을 마치고 그날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보목포구에 차를 대고 섶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렸다. 그날 오전에 섶섬에 들어가는 팀은 우리 밖에 없었다. 공기통과 장비를 배에 싣고 섶섬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다이빙을 할 포인트는 작은 한계창이라는 곳이었다. 섬 오른편에 있는 곳인데 물살이 약하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아 초보자가 들어가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5월 바다는 아무래도 찬 느낌이 난다. 그래서 5미리 슈트를 입었는데 생각보다 부력이 있었다. 수온은 18도 정도였고 웨이트는 10파운드를 차고 내려갔는데 몸이 뜨는 느낌이 났다. 선배도 마찬가지로 몸이 물에 떴다. 웨이트가 부족한 것이었다.
우리는 커다란 돌을 하나씩 안고 다이빙을 했다.
몇개월만에 하는 다이빙이라 BCD 조작할 때 초반에 어색한 느낌이 있었는데 곧 익숙해졌다. 강사님 안내에 따라 차분히 따라가며 다이빙을 했는데 모녀 교육생은 생각보다 다이빙을 잘 했다. 처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게 다이빙을 했다.
어머니가 강사님과 앞에서 가고 있으면 딸은 뒤에서 어머니가 안전하게 잘 하고 있는지 신경 쓰며 계속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시야는 괜찮았지만 물고기나 바다생물이 별로 없고 휑한 느낌이었다.
강사님은 그 정도면 양호한 거라고 했는데 해외 바다에서 다이빙을 할 때 보던 바다 모습과 비교가 되어 그렇게 느껴졌다.
첫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바위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따뜻한 제육덮밥에 된장국의 조화가 좋았다. 다이빙을 하고 나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함께 다이빙을 했던 어머니는 나이가 61살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수영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바다속에 들어가서 봤던 여러 바다 생물이 신기했다고 했다.
나 역시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신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도시락을 먹고 잠시 바위에 앉아 육지를 바라봤다. 항상 육지에서 섶섬을 바라봤었는데 그 반대로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원래 세번 다이빙을 하기로 했는데 두번만 하고 마무리했다.
섶섬 바다 속을 구경하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 그 후 꾸준히 스쿠버다이빙을 해서 PADI 마스터 스쿠버다이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