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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주세용 Aug 17. 2021

김치찌개의 비밀 소스

그날은 유독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포장마차이기는 해도 김치찌개는 전문점보다 맛있는 . 그곳에 갔다. 찌그러진 양푼이에 담긴 김치와 돼지고기. 끓기도 전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잘랐다. 찌개가 끓기 시작했고 살짝 국물 맛을 봤다.


내가 기억하는 맛은 이게 아닌데. 뭔가 이상했다. 아직 덜 끓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렸다. 두부를 먹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국물 맛이 이상했다.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장님은 요리의 달인이고, 김치찌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다. 사장님께 빈 그릇을 달라고 해서 국물을 덜어 맛을 보라고 갖다 드렸다. 국물 맛을 본 사장님은 단번에 알아챘다. 소스 하나를 빼 먹었다고 한다.


이런 날도 있군. 사장님의 요리에 대해 한번도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다. 맛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하지만 그런 달인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는 점. 다시 내온 김치찌개는 원래의 맛이 났고 감탄을 하며 먹었다. 소스 하나가 이렇게 큰 영향을 주다니. 도대체 무슨 소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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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할 때 사장님은 담배를 피다가 들어왔다.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장님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작았다. 화가 났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맛있게 먹었다고 얘기했고 사장님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 소스 하나 빼 먹은 것 뿐인데.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니까.

#김치찌개 #포장마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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