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독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다. 포장마차이기는 해도 김치찌개는 전문점보다 맛있는 곳. 그곳에 갔다. 찌그러진 양푼이에 담긴 김치와 돼지고기. 끓기도 전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큼직하게 잘랐다. 찌개가 끓기 시작했고 살짝 국물 맛을 봤다.
내가 기억하는 맛은 이게 아닌데. 뭔가 이상했다. 아직 덜 끓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기다렸다. 두부를 먹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국물 맛이 이상했다.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장님은 요리의 달인이고, 김치찌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먹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들어가지 않았다. 사장님께 빈 그릇을 달라고 해서 국물을 덜어 맛을 보라고 갖다 드렸다. 국물 맛을 본 사장님은 단번에 알아챘다. 소스 하나를 빼 먹었다고 한다.
이런 날도 있군. 사장님의 요리에 대해 한번도 의심을 해 본 적이 없다. 맛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하지만 그런 달인도 실수를 할 때가 있다는 점. 다시 내온 김치찌개는 원래의 맛이 났고 감탄을 하며 먹었다. 소스 하나가 이렇게 큰 영향을 주다니. 도대체 무슨 소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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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할 때 사장님은 담배를 피다가 들어왔다. 담배를 태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장님은 내 눈을 보지 않았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작았다. 화가 났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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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처럼 맛있게 먹었다고 얘기했고 사장님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찮다. 소스 하나 빼 먹은 것 뿐인데.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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