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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낌구름 Nov 02. 2020

푸르른 샌디에이고

20160220. 도착.


        # 20160220. 도착.


        제주도인 줄 알았다. 샌디에이고 공항의 아담한 크기와 야자수 조합 덕분이었다. 여행 프로그램 게스트처럼 “와! 미국이다!”를 외치며 파닥이려 했는데 김이 좀 샜다. 지체하지 않고 어학원에서 나온 픽업 직원을 만나 차에 올랐다. 저녁 8시 반이었다.


        도로에서도 딱히 구경할 만한 풍경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샌디에이고에는 야경이랄 게 없어 보였다. 길게 이어지는 헤드라이트 행렬 너머 건물 그림자가 꿀렁댈 뿐이었는데,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고층건물에서 내뿜는 화려한 조명은 애초부터 내 상상 속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와 사막은 어두워야 제맛이라고, 차가 많고 도로도 되게 넓다고, 괜히 익숙하면서도 쓸쓸해지는 게 명절 끝나고 돌아오는 길 같다고. 후미등을 하나 젖힐 때마다 잡념을 날려 보내기를 20분.


        “너 진짜 좋은 동네로 오네!” 픽업 직원이 칭찬하던 그 퍼시픽 비치에 도착했다.

퍼시픽 비치의 홈스테이 하우스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다보이는 리큐르샵, 도넛 가게.




        # 20160221. 첫날의 일기.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 새벽 5시에 깨서 버티다가 배가 너무 고파 7시 즈음 산책을 나갔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흙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이 시간에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대형견들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싸이클을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도 지천이다. 여유로운 풍경은 이쯤에서 그만 구경하기로 했다. 배가 고팠다. 아침밥 살 곳을 물색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지나온 블럭 수를 세며 계속 걸었다. 횡단보도에서는 신호가 바뀌질 않아 한참을 혼자 서 있다가, 건너편 사람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뭘 눌러야 되는구나. 예습을 안 했더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미션이다.


        다행히 햄버거가 그려진 간판이 보인다. Jack in the Box. 네이티브 아메리칸과의 필드 첫 대면으로는 햄버거 가게가 제격일 듯했다. 예상대로 버거는 수월하게 주문했다. 대신 ‘테이크 아웃’이 “To go”였고 콜라는 셀프였다. 낯설었다.


        약간의 낮잠 후 홈스테이 맘과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그 길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것과는 또 다른 바다를 만났다. 바다가 거대한 건지 지대가 낮은 건지, 어디에서 보든 땅 끄트머리에 푸른 띠가 걸쳐진 게 금방 땅으로 넘어올 듯했다. 파도는 꽤 높았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조만간 저기서 서핑을 하고 말 거다.


        돌아오는 길에는 KFC 치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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