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엉성후기

by 칠가히디

이 영화는 우주SF로,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 마션과 원작자가 같은 영화입니다. 앤디 위어라는 작가인데, 그의 작품 마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앤디위어 우주 3부작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반정도 읽다가 덮어두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개봉을 빌미로 영화관람 전 책을 다시한번 꺼내보았습니다. 처음에 읽었을때도 수많은 과학적 난제와 이것들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겨댔지만, 당시 책만 출간된 상황에서 읽다가 수시로 생기는 궁금증을 해소할 창구와 이 재미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할 주변인의 부재로 이내 읽기를 뒤로 미뤄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영화는 이제 막 개봉해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덩달아 원작소설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 관람을 위한 약속을 잡고 다시 책을 꺼내봤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뇌리에서 소실돼 상당부분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뭐 괜찮습니다. 여전히 재밌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재미와는 별개로 책은 완독하지 못한 채 영화관람을 하게 됐습니다.


영화는 꽤나 재밌습니다. 영화 그 자체로요. 각자 종족의 종말을 막기 위한 그레이스와 로키의 여정을 아주 함축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함축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실제로 책에 비해 아주 많은부분이 생략되거나 축소되어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그대로 영화화했다면 8부작이 넘는 드라마가 되었어야 합니다. 책에서는 중반까지(이북으로 봐서 정확한 페이지를 몰라요) 지구에서 벌어진 일과 그레이스가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 꽤나 많은 부분을 할애하거든요. 또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과정에 수시로 등장하는 철저한 과학적 고증은 스토리가 더 진지하고 무겁게 흘러가는 느낌에 힘을 보탭니다.


반대로 영화의 연출은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닙니다. 인류의 종말이라는 꽤나 무거운 주제로 시작함에도 불구하고요. 저만의 느낌일 수 있는데, 인류종말이 십리밖까지 찾아온 것 치고는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책보다는 경쾌하달까요. 경쾌라는 표현이 썩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초반 보여주는 인류의 모습은 오히려 평온해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은 차분히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모색합니다. 인류의 종말을 다룬 다른 영화같았으면 큰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이러저런 작은 갈등이 수시로 엮여 몰아치듯 전개되면서 긴장과 혼란, 갈등을 그렸을겁니다. 하지만 프로젝트헤일메리는 사건의 해결의 집중하되, '누가'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포커스를 두고 스토리를 이어갑니다. 혼란과 갈등이 아닌 우정을 그 재료로 해서요.


전통적으로 SF영화에서 외계인과 인류가 절친노트를 찍는 일은 빈번합니다. 외계인과 인류의 팀업은 정말 재밌는 소재니까요. 스타트렉의 커크와 스팍같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로키와 그레이스의 만남이 여느 SF이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에리디언의 문명 수준을 먼저 이야기 해볼게요. 에리디언은 진보한 과학기술을 갖고있습니다. 우주에 원하는 곳까지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우주선(우주방사선)의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이건 생명체의 우주여행에 아주 치명적인 부분인데도 말이죠. 그레이스가 이 사실을 로키에게 알려줍니다. 여기서 그들이 충분한 과학기술과 문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인류의 것보다 월등히 뛰어나거나 열등한 종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즉 기존 SF의 클리셰를 넘어 현생인류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으로, 상호보완적 역할에 최적화된 외계문명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입니다.


두번째로는 실제로 인류가 외계문명을 조우했을 때를 대비한 소통방식을 영화에서 재밌게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요. 로키가 처음 그레이스의 우주선을 발견하고는 한 원통을 던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관람 1회차라 살짝 헷갈리긴 하는데)처음에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히고, 두번째로는 호흡가능한 대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합니다. 실제로 인류가 우주로 쏘아보낸 보이저1호와 2호에는 인류에 대한 약간의 정보와 인삿말, 2진수로 된 숫자들, 수소와 산소를 의미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수소와 산소같은 원소는 우주 어디에나 너무 흔하니 외계문명이 이것을 받는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새겨진 메시지였죠. 수소와 산소의 결합은 물이 됩니다. 영화에서도 그레이스와 로키가 본격적인 소통을 하기 전 이러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여기서 나름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볼 수 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몇광년을 넘어 조우하게 된 외계인과 절망속에서 희망을 공유하는, 지독히 현실적이지만 드라마틱하고 유쾌한 설정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인류와 에레디언의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각자의 태양은 죽어가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둘은 만나게 됩니다. 각자의 문명을 대표해 최초로 외계문명을 조우한 개체. 다시말하면 인류 최초라는 수식어를 그레이스가 갖게 되는거죠. 하지만 우주에 내던져진 그레이스에게 이런 부질없는 명예보다는 고독을 상쇄해주는 로키의 존재가 더 반갑습니다. 이것은 로키 역시 마찬가지죠. 지독한 고독함으로 가득한 우주에서 의지할 것은 서로뿐인 브로맨스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둘의 의사소통이 부드러워지면서 유쾌한 연출이 이어질 때 흐뭇한것은 저뿐만이 아니었을겁니다.


전에없던 스타일의 영화였기에 고작 몇자로 설명하기 어려워 죽겠네요. 방대한 책의 볼륨을 그대로는 아니지만 충실하려 한 점이 씬마다 곳곳에 눈에 띄기도 하고, 글로 묘사된 부분을 머릿속에서 상상해 그리기 어려웠는데 역시 영화에서 아주 잘 살려줬어요. 영화를 먼저 보셨다면 책을 무조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은 부분이 아주 재밌는 부분이 많거든요. 엉성한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개인적으로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가 생각나는데, 많은 분이 공감하시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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