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1)

by 칠가히디



내가 그들에게 '개'라고 불리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는 그저 그들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종종 내게 친근히 대해줄 때에 꼬리를 흔들며 그들의 손등을 핥아 대는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어떤 도시의 주택가로, 길이 좁아 차 따위는 다닐 수도 없는 곳에 시멘트가 박살 나 속내를 드러낸 을씨년스러운 전봇대가 곳곳에 박혀있는 동네다. 언덕은 어찌나 높고 많은지 인간들이 두발만 갖고 이곳을 왕왕 다니는 것을 보노라면 신기하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나의 '침실'이 있는 곳은 어느 건물의 마당 한구석인데, 이 자그마한 건물에는 여러 종류의 인간들이 살고 있다. 예전에는 그 사람들끼리 퍽이나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새는 전혀 그런 낌새 따위 보이질 않는다. 사실 나는 누가 나의 주인인지도 모른다. 그저 눈에 밟히는 모든 인간들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제자리 돌기를 두어 번 힘차게 하고 나면 내 밥그릇에는 으레 음식이 담겨 있었으니까.


내가 이곳에서 나라는 존재를 자각한 이후로, 하늘에서 차갑고 하얀 것이 내리고 그치기를 6번을 했으니, 내 나이는 인간들의 셈으로 7살 정도 된 것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러니까 내가 태어났을 때에, 나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축축함 속에서 나왔을 때, 싸늘한 공기가 몸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온몸을 감싸기 시작한 따스함은 내가 일부러 찾지 않으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것이란 것을 알기도 전에, 나는 본능적으로 입에 물리는 것을 빨아대는 것으로 내 생을 연명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라면 이내 죽을 것이라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러한 연명행위로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했을 때에도, 그래도 여전히 세상은 시꺼멓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태어난 직후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건너동네 사는 초롱이가 새끼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입에 닿는 것을 본능적으로 빨아재끼기 시작한 지 며칠이 되어서야 시꺼멓던 세상에 빛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의 충격이란! 내가 빨아대던 것은 나의 어미의 젖꼭지였고 싸늘한 공기를 다소나마 막아주던 것은 내 형제들의 몸과 어미의 배였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하! 그때 어미와 형제들에게 작별인사라도 잘해놓을 것을 그랬다. 6년이나 흐른 지금 다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코는 마르지 않았는지, 먹이는 제때에 챙겨주는 인간을 만났는지 지금 와서 아무리 궁금해도 알 도리가 없다.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인간들 또한 그럴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 순간을 제외하고 나면 지금 나는 상당히 괜찮은 조건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근방의 개들은 모조리 목줄에 매여있으며 그들의 주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세상구경 따위는커녕 뒷다리를 크게 휘저으며 뛰어볼 일도 없다.

가끔 지나다닐 때에 그 녀석들의 뒷구멍 냄새를 맡아보면 오묘하고 살짝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이 꼭 술담배와 스트레스에 절어있는 인간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보아하니 녀석들은 자기 나름대로 자기 삶에 만족하고 사는 듯 보였다. 물론 그리 생각하겠지. 굶는 놈은 없지만 굶느니만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녀석들이다.


허 참, 우습기 짝이 없다. 그 목줄을 벗고 이 근방을 뛰어봐야 네놈의 비참함을 네가 알렸다. 그래도 몇몇 녀석들은 가끔가다 내가 왔을 때에 내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 묻기도 한다. 그나마 가망이 좀 있는 녀석들이다. 그럴 때면 나는 목과 턱을 길게 빼고 사뭇 늠름한 자태로 거만을 떨면서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가끔은 허무맹랑한 거짓을 늘어놓아도 녀석들은 순진하게 속기 일쑤였다.


나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내 집 앞 방에 살고 있는 권 씨를 따라 동네 꼭대기에 있는 약수터를 간다. 그는 40대 중반의 남자로 혼자 살고 있는데, 그 또래의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술과 담배도 하지 않거니와, 매일아침 동이 틀 때면 어김없이 약수터를 찾아가는 부지런한 사나이다. 키는 작지만 야무져 보이는 몸매에 안경너머로 보이는 작고 빛나는 눈은 그의 영특함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재밌게 본 것이 기억났고, 그 이후에 여러 사회현상을 목도한 후 쓰기 시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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