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미수집가 Oct 09. 2021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당탕탕 제주도 애월 28일 차

하루를 두번 사는 방법


마음에 걸리는  하나 없이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낸 하루

수많은 시간들을 제주에 있었지만 '나' 답게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어제 빈티지샵에서 구매한 스웨터를 입고, 꽃무늬가 잔뜩 박힌 양말을 신고, 눈치보지 않고 양갈래로 땋은 머리와 함께 있으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 숙소에서 간단히 싸온 도시락과, '맛있다'는 이야기 하나로 가득찬 웃음소리, 따뜻한 볕 아래 나란히 누워 마음껏 마시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공기, 어떤 방해 없이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는 시간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곳에서 본 풍경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인적없는 도로가의 들판, 산의 능선들은 가본 적도 없는 알프스를 떠올리게 했다. 제주에서 괌, 발리, 하와이에 이어 알프스까지 느껴볼 줄이야. 제주는 정말 팔색조의 섬이다.


여유로웠던 피크닉 시간 뒤에는 근처의 등산로에서 떨어진 나뭇가지와 솔방울들을 주워 지난번 만든 트리의 장식과 돌창고 작업실을 꾸미기로 했다. 자연의 재료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소박함에서 행복을 느낀다. 일상에서 연속적으로 꿰여진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는것. 이것이 내가 바라던 삶이다.



숲을  아름 품에 안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김치볶음밥너구리 라면, 그리고 낮맥과 함께하는 먹부림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어디 있을까. 너무 호사스러워서,  호사가 내것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번째 숙소에서 2 동안 혼자 있으면서 낯선 외로움에 버거워했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번째 숙소에서 사람들을 일상으로 끌어들였지만, 매일 다른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버거워 금방 그만두었다.  번째 숙소에서는 빨리  달을 채우고 집에 가고 싶었다. 집이라 부를  있는 공간에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소파에 누워 TV 보고, 욕조에 따듯한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담그고 싶었다.  시간들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번째 숙소에 와서야 내가 머무르고 싶었던 공간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이면서도 함께였고취향과 결이 비슷  사람들이 있고, 마음껏 집에 있을  있다. 이제야  여행의 취향을 알게   같다. 고작 3 있었지만   있었다. '집에 고싶지 않'  길로 2 뒤에 예약해둔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숙소를 일주일을  연장했다.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보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집안의 주인공의 아버지가 주인공인 아들에게 행복하게 시간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바로 하루를 두 번 살아 보는 것. 그런 능력이 없는 나는 일기를 쓴다. 어떤 작가가 말했다. '일기'는 하루를 두 번 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일기를 써서 영화처럼 물리적인 시간, 장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에 있는 것처럼 기억할 수는 있다. 그뿐만인가? 며칠, 몇 달 이 지나도 일기를 읽으면 다시 오늘로 돌아올 수 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기록의 힘을 또 느낀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오전 피크닉-> 애월 드라이브 -> 앨리스 그림 호텔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당탕탕 제주도 애월27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