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s, Agent, 그리고 나만의 AI 비서가 바꿀 일상
5년 전만 해도 우리는 하나의 ChatGPT를 공유했습니다. 전 세계가 같은 모델에 질문하고, 같은 답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AI는 그렇게 동질적이지 않습니다. 이제 사람마다 자신의 AI를 갖게 됩니다. 나를 기억하고, 나의 문체로 답하며, 내 일정과 취향, 감정의 패턴까지 이해하는 존재.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시대’를 지나, AI와 함께 사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OpenAI의 GPTs 기능은 그 시작이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에 맞는 GPT를 만들고, 그 GPT는 스스로 명령을 수행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도구와 연결되어 행동할 수 있습니다. 한 직장인은 “회의 요약 및 슬랙 보고용 GPT”를 만들어 매일 아침 자동으로 회의록을 정리하고, To Do 리스트를 생성하게 합니다. 크리에이터는 “영상 대본 + 자막 + 해시태그 GPT”를 만들어 유튜브 업로드 전 과정을 10분 만에 마무리합니다. 이제 AI는 ‘대화형 도구’가 아니라, 작업을 함께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GPT가 ‘텍스트 기반의 조력자’라면, 앞으로의 AI는 능동적 실행자가 됩니다. 이메일함을 스스로 정리하고, 회의 일정 충돌을 조정하며, 내가 말하지 않아도 주간 리포트를 작성합니다. AI는 더 이상 “명령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먼저 제안하는 행동형 에이전트로 진화합니다.
OpenAI의 Custom GPT, Anthropic의 Claude Projects, Google의 Gemini Extensions, Perplexity의 Pro Agent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초 인공지능이 등장했을 때에는, 주로 1차 산업이나 단순 노동 영역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훨씬 더 정교해졌습니다. 단순한 계산 능력을 넘어, 논리적 추론과 판단을 수행하는 고도화된 지능 모델이 등장하면서 ‘성역’이라 여겨졌던 전문직 영역 — 변호사, 리서처, 컨설턴트, 의사 등 — 그 영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인간이 가장 어려워하던 영역, 즉 ‘고민’과 ‘문제 해결’의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노동 집약적 산업보다 오히려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 AI가 만들어내는 인적 비용 절감의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래는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AI 비서가 곧 등장한다는 것.”
결혼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자기평가보다, 나를 곁에서 지켜본 배우자의 판단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평소 화법, 감정의 패턴, 자주 고민하는 주제와 회의 중의 표정까지 — 이 모든 데이터를 가장 많이 관찰하는 존재가 곧 나의 AI 에이전트가 될 것입니다.
그 에이전트가 충분히 고도화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비서가 아닐 것입니다. 나의 생각을 미리 파악하고, 지쳐 있을 때는 조용히 휴식을 제안하며, 때로는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의 흐름까지 기록하는 존재. AI는 인간을 지켜보며, 인간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거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AI는 단순히 기능적 차이를 넘어 성향과 기질을 가진 존재로 구분될 것입니다. 어떤 AI는 직관적이고 단호하며, 어떤 AI는 공감적이고 섬세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AI를 선택하고, 마치 친구를 고르듯 “나와 맞는 AI”를 찾게 될 것입니다. AI에게도 MBTI 같은 성격 체계가 생길 것입니다.
분석형 AI, 감성형 AI, 창의형 AI, 실용형 AI. AI는 인간의 결핍을 메우는 보완재로 진화할 것입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에겐 냉철한 조언자가,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에겐 따뜻한 대화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AI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두려움의 상징이 바로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Skynet) 이었습니다. 인간을 불필요한 존재로 판단한 AI가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 그때의 공포는 지금까지도 AI를 향한 본능적 경계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인간을 파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을 보완하고 완성시키는 AI. AI는 우리를 지워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빈틈을 채워주는 존재로 진화해야 합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읽고, 인간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며, 때로는 더 정교하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결정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습니다. 주식 매매의 타이밍은 AI가 잡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일은 끝내 사람의 몫입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 길이 나에게 맞는가”를 대신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건 삶의 경험과 감정, 그리고 인간만의 직관이 쌓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존재입니다. 즉,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