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와 한국 제품

2015년 한국 패션협회에 기고되었던 글

by 유비관우자앙비

* 2015년 여름, 한국 패션 협회에 기고되었던 원고입니다. 내용이 2016년 1월에 맞게 최신화 되지는 않았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억 위안을 걸겠소!


2012년 12월 12일, 중국 공영방송 CCTV의 <금년도 경제 인물 시상식>에서 중국 최대 부동산 부호 왕지엔린 완다 회장은 중국 최대 오픈마켓 회사인 알리바바의 마윈과 설전을 벌인다. 과연 미래 10년 안에 온라인의 교역량이 오프라인 교역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까? 왕지엔린은 No에, 마윈은 Yes에 1억 위안(한화 180억 원)을 배팅한다. 그것도 생방송에서 말이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알리바바는 유사 최대 규모로 나스닥에 상장을 했고, 왕지엔린과 마윈은 중국 부호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의 교역량이 오프라인을 앞지르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둘의 설전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 부동산과 실물 경제로 대표되는 완다 그룹의 왕졘린은 전통 산업, 즉 오프라인의 영역을 상징하고, 타오바오와 티몰로 대표되는 알리바바의 마윈은 신흥 산업, 즉 온라인의 영역을 상징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아마존이 월마트의 주가를 넘어섰고, 우리나라의 쿠팡 역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1조 원 투자에 힘입어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그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 유통은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그 확장세가 더욱 빠르다. iResearch에서 발간한 2015년 온라인 구매 행위 보고서 < 中国网络购物行业年度监测报告>에 따르면, 2014년 온라인에서 발생된 구매는 2.8조 위안으로,47.7%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중 마윈의 알리바바는 온라인 매출의 81.5%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5년의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는 3.9조 위안으로 예상된다. 또한 4.1억 명의 온라인 쇼핑 고객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는 전체 네티즌의 60%에 달 하는 수치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중국 유통 산업, 온라인으로 급속 재편 중


7월 22일, 인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왕졘린의 완다그룹의 완다 백화점의 90개 점포 중, 46곳이 폐점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완다그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한국계 오프라인 매장들을 포함하여, 까르푸, 테스코, 막스앤스펜서 등 유럽계 마트들 역시 연쇄 폐점에 직면해있다. 이는 전통 유통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완다 그룹은 신규 이커머스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O2O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두에 언급한 1억 위안 내기의 답이 조금은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전체 GDP에서 유통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선진국의 10%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 중간 유통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자연스러운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이커머스는 유통 마진 감량을 통한 가격 저하를 유도하고 있다. 유통 마진이 높은 나라일수록 이커머스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폭발적 보급에 힘입어 중국의 온라인 구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복류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이커머스연구센터(中国电子商务研究中心)에서 발표한 2015년 중국 디지털 소비자 연구 보고(2015年中国数字消费者调查报告)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온라인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복장류 구매빈도는 월 2회에 달하였으며, 연간 50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소진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온라인 소비자들은 의복류 구매에 가장 큰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대표 선수들의 몰락, 그래도 기회는 있다


2013년,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그러나 2015년 2분기, 삼성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4위에 그치고 만다. 삼성을 밀어낸 것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도 아닌,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였다. 비단 삼성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기존의 강자들이 새로운 브랜드 혹은 신규로 중국에 진입한 브랜드에게 수위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의 나이키라 불리며 모든 중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제작했던 ‘리닝’은 ‘안타’와 ‘361’에 밀려 스포츠웨어 시장 10위권에 허덕이고 있으며, 중국의 스타벅스라 불리며, 한인 창업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던 만커피는 진짜 스타벅스에 밀린 상황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한 중국에서 전 세계의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국계 패션 브랜드는 44개 브랜드, 7700여 개 매장을 지닌 이랜드를 필두 로지 금까지 중국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여왔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중국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들어온 이랜드 혹은 식품류의 CJ/오리온의 경쟁력을 탐하기에는 신규업체의 진입 장벽은 이미 너무 높아졌다. 다행인 것은 한류가 아직 이 대륙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중반 클론 / 젝스키스 등 소수의 가수에서 시작되었던 한류는 아직도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이다. 중국 캐주얼 브랜드인 Semir에서 김수현 / 이민호 등을 광고 모델로 채용하고 있고, 화장품/ 패션 등 외모에 해당하는 산업 카테고리의 경우 아직도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매출 증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혹자는 이미 한류의 수명은 다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류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깊숙이 중국 사회에 퍼져있고, 북경/상해/광주로 대표되는 1선 도시보다 우한/창춘/청두 등 2,3선 도시에서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산서성의 성도인 타이위안이라는 도시는 신도시와 구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다. 신도시 부분은 일산을 연상케 하는 직선 도로와 정사각형으로 계획된 도시 전체의 레이아웃과 편리한 대중교통 등은 우리나라의 여느 신도시와 다르지 않다. 이 곳에 신규로 건립된 실내 체육관에 한류 스타 콘서트를 유치하기 위해 타이위안시 시정부 관원들이 불철주야 노력 중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떤 중국 연예인보다, 한국 연예인의 콘서트가 실내 체육관 개장의 열기를 폭증시켜 줄거라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한류는 생각보다 깊숙이 대륙에 퍼져있으며, 신규 진출하는 패션 업체는 본연의 경쟁력과 한류를 결합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증의 나라, 브랜드를 인증하게 하라


학문적으로 중국인을 정의할 때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집체주의(collectivism)이다. 아시아인의 특성일 수도 있겠으나, 현지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우리나라보다 트렌드 리더를 더욱 모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 중국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는 한류가 이끌고 있으며, 그 한류는 지금까지 보다 더 큰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단, 순수한 한류만으로는 힘들다. 현지 특화된 전략을 통해 한류를 재가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 EXO의 중국인 멤버들의 연쇄 탈퇴가 이를 방증한다. 중국 멤버들의 탈퇴는 한류로 성장한 중국 스타에 대륙적 요소를 첨가하여, 대륙형 상품 가치를 만들기 위한 중국 연예기획사들의 시도라 볼 수 있다.


집체주의의 또 다른 예로 성룡이 광고했던 삼성 애니콜의 일명 “토호(土豪) 폰”이 있다. 폴더폰의 형태로 스마트폰에 물리 키보드가 달리고 금박 의외관을 지닌 이 핸드폰은 사실 그렇게 쾌적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가격이 한화 150만 원을 상회했던 초고급 핸드폰이었다. 이에 복건성 등 2선 지역의 부자들은 이 핸드폰을 들고 다녀야 또 부자란 인정을 받았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거나 식사자리에서 자리에 앉기 전 핸드폰 3개를 살포시 겹쳐 놓는 것이 그 인증의 방식이었는데, 맨 하단엔 최신 갤럭시 노트 시리즈, 그 위엔 최신 아이폰, 그리고 꼭대기에 위치하는 것이 이 토호 폰이었다. 그들은 왜 세계 일류 기업인 삼성이 이런 불편한 폰을 출시하였는지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다른 부자가 사니, 본인도 사지 않을 수 없는 듯 이 폰의 소유를 과시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근 40여 년에 걸쳐 현재의 경제 상태를 구축했다. 그러나 중국은 2000년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 오며 현재의 큰 시장을 구축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많은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낸우리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한 중국 사회다. 이는 사회의 많은 부분이 비어있다는 뜻이다. 특히 소비 영역에서의 공백은 두드러진다. 중국인들은 소비에 대한 기준과 정답을 제시해 주는 트렌드 리더를 절실히 바란다. 몸이 급격하게 자라난 중고등학교 남학생을 생각하면 된다. 몸은 성인이나, 아직은 청소년인 그들은 우리는 질풍노도의 시기라 칭한다. 중국의 소비 심리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다. 가용현금이 많아졌으나 아직 어떤 브랜드에 가중점을 주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기성 명품의 매출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트렌드 리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중국인들은 기꺼이 그 트렌드를 구매하며 여기저기 인증을 할 것이다. 한국 브랜드는 이 인증의 심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한류


또한 알리바바는 지난 5월 한국관을 개설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직접 만나 한국관 개설을 타진했다는 기사도 많이 났었다. 지난주에는 중국 이커머스 2위 징동(jd.com)에서 부진했던 한국관을 신규로 운영할 업체를 제일기획 산하 오픈타이드(중국명: 펑타이)로 선정했고, 또한 티몰은 신라면세점과 태국의 킹면세점을 결합한 면세점 서비스까지 출시하였다. 한류를 겨냥하고, 메르스때문에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한 바잉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요우커를 겨냥한 서비스들이다. 그리고 이 들의 주요 매출은 화장품과 의복류에서 파생된다.


한중 FTA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요즘 중국에서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역직구’ 바람이 뜨겁다. B2 link의 xinglala.com은 중국 톈진항의 보세구역에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물류비용을 대폭 저하시키는 전략으로 최근 가장 핫한 역직구 몰이되고 있다. 연 매출 100억을 돌파한 이 사이트에서 중국으로 팔리는 대부분의 물품 역시 화장품과 옷이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반증하듯, 최근 우후죽순처럼 중국향 역직구 몰들이 설립되고 있다. LG CNS등대기업도 hanyouzan.com을 통해 동 시장에 들어온 상황이다. 이처럼 온라인 시장은 생각보다 많은 루트를 통하여 중국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또한 알리바바는 차이냐 오라는 서비스를 통해 한국 > 중국향 물류 혁신을 모도하고 있다.


최근 IT 영역의 뜨거운 감자는 O2O다. 우버, 카카오 택시,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겼다. 이커머스 역시 다르지 않다. 최근 중국 메이저 이커머스 업체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O2O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오프라인 샵에서 직접 피팅 혹은 테스트를 해보고 온라인 결제를 하는 모델도 최근 중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사업 모델이다. 알리바바를 위시한 업체들 이중국 전역 1일 배송을 목표로 물류 라인을 정비하고 있기에 O2O 영역의 성장 추세는 감히 예측하기도 힘들다. 첫 번째 칼럼부터 신시장의 영역인 이커머스를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엔 신시장과 전통시장의 연계가 중국 시장 공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물건, 어디 없습니까?


아직도 유효한 한류는, 새로운 한국 제품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 이외에도, 2/3선 지역의 도매상들은 한국 물건에 대한 갈증을 필자에게 풀곤 한다. 의류, 식품, 화장품 등 원하는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그들이 한국 제품을 원하는 것은 결국 한국 제품의 이미지가 아직은 괜찮은 편에 속하고, Made in Korea 혹은 Designed inKorea의 브랜드 가치가 존속하며, 동 제품군들이 상대적 고 마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제를 쓰거나 활용하는 것이 상대적 고가에 대한 인증을 가져다주고, 또한 품질 측면에서도 소비자 만족을 중국제에 비해 가져다 주기 때문에 한국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일반 중국인 친구들도 조금 만다른 것 같은 제품이 있다면 한국산이냐, 일본산이냐를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포브스 차이나에 따르면 복 장군의 91%의 중국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 제품이 중국에서 갖추어야 할 이미지는 자명하다. 한류, 고품질, 그리고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신규 시장 이커머스에 대한 장악이다. 아직도 시장은 한국 제품에 대해 목마르며, 준비가 된 브랜드부터 이들의 갈증을 채워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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