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제를 대신할 때, 아마존이 잃는 것은 무엇인가?
2025년 10월 31일, 아마존이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공식 중단 요구서를 발송했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이용약관 위반이지만, 이면에는 '의도의 주도권(Intent Sovereignty)'을 둘러싼 싸움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실제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보면 이 분쟁의 본질이 보입니다. 2024년 아마존의 총매출은 6,400억 달러이며, 이 중 광고 수익은 560억 달러로 전체의 약 9%를 차지합니다. 고객의 60%가 아마존 내 검색으로 구매를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은 단순한 커머스 기업이 아닌 '의도 해석 엔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클릭, 체류 시간, 리뷰 읽기 패턴 등 모든 행동 데이터가 A9 추천 알고리즘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퍼플렉시티의 AI 브라우저 코멧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듭니다. 전통적인 구매 흐름은 고객이 아마존에 접속해 검색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거쳐 구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멧이 만든 구조는 다릅니다. 고객이 AI 에이전트에게 요청하면, AI가 다중 플랫폼을 비교한 후 구매를 완료합니다. 핵심적인 차이는 의사결정 과정이 플랫폼 밖에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주권의 이동이 발생합니다. 아마존이 볼 수 있는 건 거래 기록뿐이지만, 퍼플렉시티는 선택의 맥락, 비교 기준,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파악합니다. 즉, 알고리즘 학습의 핵심이 되는 원천 데이터가 퍼플렉시티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A가 11월 6일 오전 9시, 전동칫솔 X를 구매했다"는 정보만 얻고, 퍼플렉시티는 "왜 그 브랜드를 골랐는가,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가"를 얻습니다.
우리는 지금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커머스란 AI가 대신 선택하고 구매하는 형태의 커머스를 의미합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무엇을 살까"가 아니라 "AI에게 무엇을 맡길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는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제 브랜드는 사람이 아닌 AI에게 선택받기 위한 최적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의 대응 전략입니다. 한편으로는 법적 조치를 통해 방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CFAA(Computer Fraud and Abuse Act)와 캘리포니아의 CDAFA(Comprehensive Computer Data Access and Fraud Act)를 근거로 퍼플렉시티의 접근을 막으려 합니다. 동시에 공격적으로는 자체 AI 쇼핑 서비스인 Rufus와 Buy for me를 출시했습니다. CEO 앤드류 재시는 2025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많은 비즈니스 가치가 에이전트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 대응 전략에서 역설이 드러납니다. 아마존은 자체 AI 에이전트는 허용하면서 외부 AI 에이전트는 차단하는 폐쇄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개방형 AI 에이전트와 폐쇄형 AI 에이전트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결국 플랫폼의 Entry Gate 통제권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싸움입니다.
전략적으로 더 흥미로운 지점은 아마존과 앤트로픽의 관계입니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대규모 AI 인프라인 Project Rainier를 가동하며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 학습과 실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같은 AI 스타트업임에도 앤트로픽과는 협력하면서 퍼플렉시티는 견제한다는 점에서, 아마존의 AI 에이전트 생태계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분쟁은 단순한 기술 위반 문제가 아닙니다. 플랫폼 경제의 권력 이동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아마존이 잃는 것은 고객이 아니라 고객을 이해할 능력 자체입니다. 누가 고객 의도의 해석권을 갖는가가 차세대 커머스의 승자를 결정할 것이며, 이는 법률적 수단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플랫폼보다는 플랫폼에 돈을 지불하는 개인의 행동이 이 흐름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이미 도래했고, 이제 플랫폼들은 고객과 데이터의 Entry Gate를 어떻게 방어하고 재정의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ㄴ 원문 링크 https://lnkd.in/g4dv-J6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