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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Jan 21. 2019

00호우의 시대인데 90호우만 보고있지는 않습니까.

나도 잘 몰라. 물어보지마. 니가 알아서해. 

#1
2007년인가 2008년인가 한 지상파 방송국 입사 시험에는 동방신기 + 빅뱅 + 샤이니 +.... 이렇게 아이돌 그룹의 멤버수를 적으라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 총합은 22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돌은 대중 문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하려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출제의도 였을 것이다. 이 질문을 요즘 것으로 바꿔보면 엑소의 유닛수 + 블랙핑크 제니 나이 + 방탄 멤버 수 + 워너원 소속 기획사 수 + 레드벨벳 멤버수 + 트와이스 멤버 국적수 정도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출제자인 나도 풀 수가 없다. 뭐 최애만 한 명 정도씩 이쓰먄 되는거 아임까?


#2
최근 인문 사회 (혹은 경영 경제) 영역의 베스트 셀러 중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이제 사회의 신 지도층이자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는 90년대...생...(개인적으로는 00년생이 궁금한데)에 대한 책인 것 같다. 사실 바꾸어 생각해보면 새로운 제너레이션이 궁금한 이전 세대의 관음증이다. 패권이 이동하고 있어, 이 들을 잘 분석하여 돈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벌려는 스탠스. 근데 지금 90년생을 분석하는 것은 좀 늦은듯 싶다. 좋은 평론이 달리고 있어, 서평으로 만족할 생각...ㅋㅋ 이다. 걍 밀레니얼 세대 보고서를 읽어도 될 것 같기도....


#3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최신 트렌드는 이미 과거라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하나 정리해 놓고 그게 십년만년 가는 것 마냥 착각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합 상사도 다녔고, 스타트업 엑싯도 했고, 엔터사 임원도 했다는 스펙에서 모든 산업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재직할 시점의 업계 트렌드 가지고 아직까지 사기를 치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사기란 그 끝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사기가 아닌 것은 구라여도 현실로 이루어지면 되는 것이기도 하다.


#4
중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2016년에 베이징의 집을 뺐고, 지금은 중국 번호 역시 空号가 되어 사실 중알못인데, 아직도 어떤 곳에서는 중국 전문가로 소개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아니라 말하지만, 외모 탓에 사람들은 믿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성인으로 살았던 중국에서의 시간은 중국에서의 대변동이 일어나던 시점이라 지금의 트렌드와 멀지는 않다. 내 성년의 중국 생활은 삼성의 몰락에서 시작된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전자 IM의 몰락.


#5
2013년에 다시 도착한 중국. 그 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일인자는 삼성이었다. 애플은 2위. 그 때 등장하던 샤오미, 오포, 쿨패드 등은 상대도 되어 보이지 않았고, 화웨이는 장비 회사니까~라며 아예 쳐다도 보지 않을 때였다. 그리고 2년 후 상황은 급변한다. 삼성의 중국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의 극감하며 은하수는 하수가 되어렸고, 철옹성 같았던 애플 역시 최근에 중국에서의 점유율이 감소하며 그에 비례하여 시총이 빠지고 있다. size do matters. 시장 규모란 역시 크고 볼 일이다. (물론 이 굴지의 대기업은 반도체로 반전에 성공했징)


#6
이제 약간 문화인류학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우리 나이와 그 윗 나이대의 남자들은 아직도 영웅본색에 열광한다. 주윤발의 이쑤시개와 장국영의 발암 연기 모두 추억으로 결부되어 홍콩에 대한 좋은 기대감을 갖곤 한다. 이는 문화적 소비에 의한 결과이다. 그런데 삼성이 몰락하던 시기에 성장하던 아이들은 메이드인코리아에 대한 프리미엄을 전혀 느끼지 못한 세대이다. 거기에 한한령까지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문화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90호우 정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프레임에 부합하는 소비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95호우, 00호우는 아예 새로운 세대라는 것이다. 아예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도 있다. 지금 주류 언론에서의 중국은 너무 80호우에만 포커스 되어 있는 것 같아 하는 이야기다. 기자나 리서쳐 본인이 80호우인지라 잃어가고 있는 연령 패권을 잃기 싫어서 그런거라면 어서 현실감각을 찾으시기를 바란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7
메이드 인 코리아. 한류. 이 두 키워드는 사실 우리나라가 중국을 공략할 때 쓰던 유이한 강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 소비의 중추로 부상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 프레임에 공략되지 않는다. 사실 그 흥취가 매우 wide spread되었다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잠시나마 우리가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화패권은 5년정도의 유효기간을 갖고 장렬히 산화하셨다. 화무오년홍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엑소와 BTS는 흥하지 않나요 라고 물어보면, 그 들은 최소한 아시아탑과 세계적 인지도를 갖고 있어 메이드인 코리아를 넘어선 그룹이기 때문에 흥한다 답할 수 있다. 뭐 메가 트렌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8
지난 주에 내가 아이패드와 아이폰과 갤럭시를 동시에 쓰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중국 손님이 본인의 화웨이 핸드폰을 보여주며 이것도 이제 나쁘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마감과 속도와 여러 측면에서 이미 외국 안드로이드폰을 대체하고도 남는 중국제 핸드폰에 대한 자부심이라기에는 바뀐 세상에 대한 이정표라 생각이 들었다. 화웨이는 이제 적어도 00호우 에게는 삼성과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국에서 갖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이 소비영역의 전영역에서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9
사실 다들 저마다의 관심 분야가 있고, 거기에 중국이라는 키워드만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이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쉽다. 우리 한국사람인데 한국 모든 산업에 대해 빠삭한가? ㅇㅇ 그렇기 때문에 사실 어떤 나라 전문가라는 것은 bull shit이다. 소똥...이다! 그래서 이제 어떤 자리에서 중국 전문가로 소개를 받으면 이렇게 답할 생각이다.


“저는 1997년~1999년 산동성 제남시에서의 중학생 생활과, 2013년~2016년의 북경의 음주문화, 당시 중국 IT의 흐름 정도까지만 알고 있는, 대만 사람처럼 생겼으며, 북경말과 동베이말을 섞어쓰는 사람입니다. 그 이외는 몰라요.”


그니까 이제 제게 본인 사업 중국향 의견은 그만 좀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하시는 본인이 더 전문가세요. 자랑하실꺼면 리액션이 좋으신 분들한테 해주시고. 어차피 저 진짜 바빠서 같이 뭐 못합니다. 해도 잘 모르구요. 잘 모르는게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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