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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정 Oct 17. 2021

중국의 대표북디자이너, 뤼징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해외를 방문할때마다 갖고가는 선물이 무엇인줄 아는가? 그것은 바로 '책'이다. 그러나 책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 책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무방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훌륭한 꼴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은 바로 북디자이너 뤼징런의 작품이다. 







뤼징런이 디자인한 책들





사실 뤼징런의 작품은 언뜻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종이책과는 거리가 멀다. 뤼징런의 책에서는 갑자기 부채가 튀어나오고 신발이 튀어나온다. 흡사 아이들 장난감같다. 그런데 책의 본질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뤼징런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북디자인을 하고 있다. 사실 책이란 것은 내용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보통 책에서는 내용을 글로 전달하지만 디자이너는 글과 더불어 시각적 매체를 통해 내용을 표현한다. 여기서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표지와 챕터페이지를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그리고 뤼징런은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책의 구조 자체를 내용에 맞게 변화시켰다.
신발이 튀어나오는 북디자인을 보자. 이 책은 유명작가 펑지차이의 삼촌금련이라는 내용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 부녀자들의 풍속을 그린만큼 디자인도 당시의 것을 그대로 갖다쓴 것이 인상적이다. 책을 펼치면 한겹한겹 금련전이 열리는데 이 책을 완전히 펼치면 전족을 신은 이미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케이스 뒷면에는 전족에 대한 시를 실어 사람들이 그 시대의 사회상황과 풍ㄷ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여기서 그는 내친김에 실제 금련신발을 넣을까 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출판사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부채가 튀어나오는 디자인도 재미있다. 이 책은 쑤저우 부채를 자세히 기록한 부채 백과사전으로 명, 청 이후 쑤저우 부채의 재질과 모양, 조각기술 등 예술을 모아놓은 책이다. 다양하게 종이를 이어붙인것 뿐 아니라 책등에 부채를 끼워놓아 실제로 부채를 감상할 수 있게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뤼징런은 디자인에 공예적인 접근법까지 합치시켜 디자인을 예술의 단계까지 승화시켰다. 그는 책 만드는 과정을 건축과 다를바 없다고 본다. 그는 자신의 북디자인 방법론을 '총체적 디자인'으로 명명하며 책을 본문구성부터 표지까지 총체적 구조로 파악하고 물성에 기초해 건축적 사고로 접근한다.
그가 소중히 여긴 중국 옛 문헌의 글귀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하늘에는 시가 있고, 땅에는 기가 있으며, 재료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기술에는 절묘함이 있어야 한다. 이 네가지를 합했을때 비로소 그것을 좋다 할 수 있다." -고공기
뤼징런이 생각한 북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이란 단순히 좋은 글귀뿐 아니라, 재료와 기술, 그것을 만든 제작자의 기운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이런 철학에서 볼 수 있듯,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중국의 전통이다. 뤼징런은 디자인이 시대와 함께 발전하려면 먼저 옛것을 익혀 민족의 문화적 전통과 심미적 의식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진정한 온고지신의 정신이다.
그가 디자인한 주희 대서 천자문을 보면 이러한 그의 철학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이 책은 서예의 대가 주희가 쓴 천자문을 복원한 책이다. 그는 옛 주희의 천자문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목판과 가죽끈을 이용했다. 그는 목판에 주희의 천자문 내용을 조각한다음 그 좌우 끝에 구멍을 뚫어 가죽끈으로 묶었다. 책등에는 이 바인딩한 선을 그대로 드러내어 전통미를 부각시켰으면서도 펼치기도 쉽게 만들었다. 중국전통의 아름다움이 현대의 책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뤼징런은 중국 북디자인의 원류로 중국 전통 제책방식을 주목했다. 중국의 책은 고대로부터 나무로 만든 간책, 두루마리 형식의 권축, 좌우를 접어만든 경절장, 책을 종이끈으로 묶은 선장 등 다양한 제본방식이 존재했다. 또 중국에서는 책배의 마모를 막기위해 책상자, 서함에 보관했는데 여러 형태의 서함과 서궤가 발달하며 중국 서적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뤼징런은 이 전통제책방식에서 착안하여 자신의 디자인에서 이 전통의 요소를 한껏 응용했다. 전통의 서함을 북케이스 디자인으로 응용하고 전통의 제본방식을 현대에 그대로 갖고와 북디자인에 접목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디자인에 현대적 인쇄기술과 레이아웃을 적절히 응용하며 전통에만 함몰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전통의 좋은것만 받아들이고 그것을 새롭게 재탄생시킨 셈이다.




옛날 중국서함






 
이런 그의 작업은 디지털시대 책의 역할과 북디자이너가 가야할 길에 대해 되묻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책이 아니라 웹에서 얻게 되는 시대에 다시 책을 집게 만드는 건 결국 작품으로서의 책이 아닐까. 그리고 그 작품의 가치를 올려주는것은 결국 자신의 문화적 전통이라는 것을 뤼징런은 작품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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