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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

书不尽言, 言不尽意

書不盡言, 言不盡意
shū bù jìn yán yán bù jìn yì
글로는 말을 다할 수 없고, 말로는 그 뜻을 나타낼 수 없다
《周易》



소리의 뼈 / 기형도

  
김 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 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 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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