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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정 Jan 15. 2021

22. 상상하는대로_아이 책 모임

- 아이 책 모임의 다양한 모습

 상상하는 대로, 아이 책 모임 하기


 6년 간 두 아이 책 모임을 운영했다.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한 책 모임을 중학교에 입학하는 지금까지, 큰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책 모임을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모임 구성원이나 모임 방식, 읽는 책의 종류가 많이 바뀌었다. 여러 가지 상황과 아이들의 요구에 맞게 모임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한 책 모임 이름도 여러 개다. 작은 아이 책 모임은《책 읽는 도토리》, 《작은 도서관》, 《소녀들의 명작 읽기》, 큰 아이 책 모임은 《책 사냥꾼》,《스페이스》, 《다온》이란 이름을 썼다. 현재는 《작은 도서관》, 《소녀들의 명작 읽기》,《다온》으로 모임 하는데, 이것도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책 모임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하나의 이름이나 형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어떤 모임이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책 모임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모임 하는 방법을 익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조금씩 나아질 거야.’하는 마음으로 3개월 정도는 모임을 해본다. 그래도 잘 안 될 때는 모임 방식이나 읽는 책 또는 구성원에 변화를 주자. 그렇게 했는데도 도무지 모임이 잘 되지 않는다면 모임을 정리하고, 새로이 꾸리면 된다. 책 모임을 알차게 운영하려 애를 쓰는 것은 좋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말자. ‘안 되면 다시 만들면 되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할 때 모임이 더 잘 된다.    


 나는 언제든 지금 하는 모임에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형식의 모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되 지나친 책임감은 갖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과 해온 책 모임의 다양한 결을 ‘함께 읽는 사람, 함께 읽는 책, 함께 읽는 방법, 함께 읽는 장소’에 따라 정리해보았다. 워낙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기 때문에 명료하게 정리하긴 어려웠다.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정리를 해두면 아이 책 모임의 여러 형태를 살피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이 책 모임을 처음 하거나 책 모임 운영이 잘 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책 모임 모습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함께 읽는 사람

  1) 엄마 여럿과 아이 여럿

  둘째 아이 책 모임《책 읽는 도토리》를 운영한 방법이다. 모임을 만들고, 모임을 운영하는 모든 과정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했다. 엄마들이 차례를 정해 모임을 이끌었다. 자신이 맡은 모임 날은 읽을 책 선정, 발제와 진행을 맡았다. 엄마 여럿이 책임을 나누니 모임 운영의 부담이 적다. 사정이 생겨 엄마가 모임 참석을 못해도 아이는 모임을 할 수 있다. 모임을 쉬게 되는 날이 적어 꾸준히 모임 하기 좋았다. 엄마들이 아이가 읽는 책, 나누는 이야기 전반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들이 책을 잘 읽어왔고, 모임에도 진지한 자세로 참여했다.

  하지만 엄마들끼리 책 모임에 기대하는 바가 다를 경우 조율을 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자주 나눠야 한다. 엄마들끼리 너무 친해지면 아이 책 모임이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서로 거리두기를 잘해야 한다.


  2) 아이끼리

 둘째 아이 책 모임《책 읽는 도토리》는 모임 5년 차에 아이들끼리 모임을 시작했다. 큰 아이 책 모임《스페이스》는 모임 2년 차에 아이들끼리 모임을 시작했다. 두 아이 모두 5학년 때 아이들끼리 모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른의 간섭 없이 자기들끼리 읽을 책을 고르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걸 특별한 일로 여긴다. 차례를 정해 한 번씩 책 모임을 진행하니까 모든 아이가 운영자와 토론자 역할을 골고루 경험한다. 자기가 맡은 날 모임을 잘해보려고 애쓰며 책임감이나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

  아무래도 읽을 책을 고르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좀 더 깊어지기 어려운 단점이 있긴 하다. 한 분야의 책만 계속 읽는다거나 너무 쉬운 책만 다루게 될 때도 있다. 질문을 만들거나 진행하는 데 서툴러서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만 잔뜩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아이들끼리 책 모임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책 읽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정도 아이들끼리 실컷 책 수다 나누고, 중학생이 되면 어른이 이끄는 책 모임을 다시 꾸려도 좋겠다.  


  3) 엄마 한 명과 아이 여럿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했던《책 사냥꾼》은 나 혼자 아이 7명을 데리고 했던 모임이다. 학급 게시판에 글을 올려 책 읽을 친구를 모았다. 아이들만 정해진 날에 정해진 책을 읽고 모임에 왔다. 책 모임 초기라 내가 서툴렀던 탓도 있겠지만 조금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다. 엄마들 모임을 종종 갖으며 책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지만 책을 읽지 않고 오거나 모임 참여 자세가 좋지 않은 친구가 있어 곤란함을 겪었다. 그래도 모든 걸 내가 결정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큰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다온》을 만들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읽는 책 분야나 깊이를 확장시켜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4학년 때부터 함께 모임을 해왔던 친구, 새로 알게 된 친구 6명을 모아 책 모임을 꾸렸다. 엄마들도 아이 책 모임에 관심이 많고 협조적이라 모임이 잘 된다. 덕분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정치, 사회, 역사도 읽고, 〈모비 딕〉,〈열하일기〉같이 아이들에게 도전이 되는 책을 함께 읽을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2. 함께 읽는 책

  1) 골고루 읽기 

  대부분 아이 책 모임에서는 여러 가지 책을 가리지 않고 읽었다. 엄마들 주도로 책을 선정할 때는 과학, 수학, 역사, 철학, 문학 등을 골고루 읽었다. 돌아가며 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을 추천하면 그것을 그대로 읽기도 했고, 읽을 책 목록을 함께 의논해서 정하기도 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고르다 보니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고르거나 아이 눈높이를 잘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날은 아이들의 반응이 영 좋지 않다. 엄마가 책을 선정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고르면 좋겠다.

  아이들끼리 모임 할 때는 ‘읽고 싶은 책’ 위주로 고르다 보니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아이마다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다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지적 도전을 해야 하는 책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2) 한 종류의 책만 읽기

  시리즈물이나 두꺼운 책을 정해 끝까지 읽는 방법이다. 작은 아이 책 모임 《소녀들의 명작 읽기》에서는 세계명작을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크리스마스 캐럴』,『프랑켄슈타인』,『워터십 다운』,『작은아씨들』 같은 명작을 읽고 이야기 나눈다. 읽기 쉽게 내용을 줄이고 다듬은 다이제스트 본은 절대 고르지 않는다. 원작을 읽는 게 원칙이다. 영상 매체와 짧은 글에 익숙한 아이들이 고전 문체를 읽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나면 뜻을 생각하며 꼭꼭 씹어 먹는 독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천천히 깊이 책 읽는 맛을 알고 나면 독서력이 훌쩍 높아진다.

  큰 아이 책 모임 《다온》에서는 약 두 달 동안〈모비 딕〉을 읽었다. 이 책은 두께도 두께지만,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서술 방식 때문에 읽기가 고되다. 매일 읽을 분량을 정해서 꾸준히 읽었다. 우리 아이 혼자서는 절대 읽을 수 없다. 함께 읽으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지루함을 견디며 끝까지 읽어냈다. 지금은 〈열하일기〉읽기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 될 거라 본다. 하지만 꼭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 책만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한동안 시집만 읽기, 그래픽 노블만 읽기처럼 조금 편안한 책 읽기를 할 수도 있다. ‘함께 읽기의 힘’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과 어떤 책이든 도전해볼 수 있다.  


3. 함께 읽는 방법

  1) 읽고 모여 이야기 나누기

  정해진 책을 읽고 모임 날 모여 이야기 나누는 방법이다. 《책 읽는 도토리》는 매주 모임을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다. 《소녀들의 명작 읽기》와 《다온》은 2주에 한 번 모였으니 2주에 한 권을 읽었다. 대부분의 독서 모임에서 하는 방법이다. 책이 정해지면 각자 책을 구해서 읽고 모인다. 이 경우 책 모임이 잘 되려면 각자가 책을 잘 읽어 와야 한다.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읽지 않고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계속 그러면 곤란하다. 특히 아이들은 삶의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적어서 눈치껏 대화에 끼어들기가 어렵다. 본인이 지루해서 못 견뎌하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아 모임 분위기를 해친다. 같이 모임 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아이 본인을 위해서도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아이 책 모임의 경우 각자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아이마다 독서력이 달라 정해진 책이 너무 쉽거나 혹은 너무 어려울 수 있다. 너무 쉬울 때는 다른 책을 더 찾아 읽으면 되는데, 책이 너무 어려울 때가 문제다. 아이가 평소 관심이 없던 분야의 책이라면 더 그렇다. 이럴 때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루에 읽을 분량을 정해 읽도록 하거나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면 좋다. 책을 잘 읽어낸 아이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임에 참여하는 아이들 각자가 책을 얼마나 잘 읽느냐가 모임의 질을 결정한다.


  2) 함께 모여 읽기

 책을 미리 읽지 않고 모임에 와서 함께 읽을 수도 있다. 일종의 낭독 모임인 셈이다. 나는 아이들과 동시집 읽기를 같이 했다. 각자 집에서도 읽었지만 모여서 함께 읽었을 때 더 좋았다. 자기가 고른 시를 소리 내어 읽고, 각자의 생각을 짧게 덧붙여 말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별다른 활동 없이 읽고 말하기만 했는데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책 모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책에 흥미가 별로 없어 혼자 읽기를 힘들어할 때는 모임에서 함께 읽으면 좋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모임에 참여하기가 쉽다. 또 혼자 읽을 때 어려웠던 부분도 친구들과 함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어린 왕자>처럼 아름다운 문장이 많은 책은 함께 소리 내어 읽기 좋다. 모임 날에 모여 일정 분량만 읽으면 된다.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이 문장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었니?’, ‘무엇이 떠오르니?’하고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 책 한 권을 금방 읽고 끝내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하게 아이들과 문장을 즐길 수 있다.  


  3) 매일 함께 읽기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모비 딕>을 읽을 때 사용한 방법이다. 지금은 <열하일기>를 읽고 있다. 밴드나 카톡으로 매일 읽을 분량을 안내해서 아이들이 매일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이다. 천천히 내용을 살피며 읽어야 하는 책, 두꺼워서 아이들이 읽기 두려워하는 책을 읽을 때 유용하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책도 매일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완독 할 수 있다. 읽을 분량을 안내할 때 간단한 미션이나 안내 자료(영상, 신문기사, 리뷰 등)를 함께 제공해서 아이들의 책 읽기를 도울 수도 있다.

  매일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고 싶을 때도 이 방법을 활용하면 좋다. 많은 아이들이 어쩌다, 할 수 없이 책을 읽는다. 주말에 밀린 숙제 하듯 책을 몰아 읽기도 한다. 이런 책 읽기는 아이의 삶에 녹아들기 어렵다. 일정 시간을 정해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는 경험을 하면 독서를 생활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완수하면서 큰 성취감을 맛보게 되어 다음 책 읽기를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단, 매일 함께 읽기를 진행하려면 이끔이의 수고가 필요하다. 매일 읽은 분량과 관련 자료를 안내하고, 아이들이 잘 읽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이 읽기 어려워하면 읽는 분량을 줄이거나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뒤처지는 아이의 마음을 살뜰히 살펴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이기도 한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매일 올라오는 아이들의 글 속에서 속 깊은 생각을 발견할 때, 모든 아이들이 정해진 책을 완독 했을 때 크나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그간의 수고는 금방 잊고 다시 함께 읽을 책을 찾게 된다.

<모비 딕> 매일 읽기


4. 함께 읽는 장소

  1) 집

   두 아이 책 모임 모두 시작할 때는 집에서 했다. 우리 집에서 또는 친구의 집에서 모였다. 아이들에게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다. 공간을 빌리는데 비용도 따로 들지 않고, 모임 하는 시간에도 제약이 없어 좋다. 친구네 집에 가서 모임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금방 마음을 연다. 책 읽고 이야기 나눈 뒤에는 친구들과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엄마도 아이도 좋아한다. 나는 책 모임 하려고 긴 책상을 사서 거실에 놓았다. 친구네 집에는 낮은 탁자가 있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임 했다. 모임 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집안을 뒤져 바로 가져다 썼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 떠오르면 책장에서 바로 꺼내 읽어줬다. 집에서 모임을 하면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책 모임 하는 기간이 길어지니 계속 집에서 모임 하긴 어려웠다. 모임 하는 시간에 집이 항상 비어있어야 하고, 손님맞이를 해야 하니 청소도 해야 한다. 어린이 손님들은 맛있는 간식도 기대한다. 집주인이 간식 준비를 도맡아도 부담이고, 오는 사람들이 올 때마다 간식을 챙기는 일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공적인 장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2) 도서관

  작은 아이 책 모임《책 읽는 도토리》는 도서관 동아리로 등록해서 강의실을 빌려 모임 했다. 도서관에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고, 도서관측과 사용 시간만 잘 협의하면 됐다. 넓은 강의실을 사용하니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책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 간식도 꼭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거나 각자 자기 것만 준비하면 되었다. 집이 주는 따뜻함이나 안락함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책 모임이 공적인 만남이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책을 고르거나 모임 하는 중에 필요한 책은 바로 서가에서 찾아와 살필 수도 있었다. 모임 후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책 모임과 도서관은 환상의 조합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장소이다 보니 기본적인 공공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활동하는 아이들 소리가 강의실 밖으로 새어나가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도서관에서 모임 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좀 있었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없다면 도서관에서 모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큰 아이 책 모임 《스페이스》는 아파트 협의실을 이용했다. 미리 사용 시간을 예약하여 아이들끼리 모였다. 관리하는 어른이 있었고, 예약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비교적 안전했다.    


  3) 카페

   작은 아이 책 모임《소녀들의 명작 읽기》와 큰 아이 책 모임 《다온》은 주말 밤에 모임을 했다. 집도 도서관도 활용하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집 근처 카페에서 모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가보고, 개인이 하는 작은 커피숍도 가보았다. 큰 곳은 오랜 시간 앉아 모임을 해도 눈치 보이지 않아 좋았지만 소음이 많아 대화 나누기가 불편했다. 작은 곳은 자리를 차지하고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웠다.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서 책 모임 하는 건 쉽지 않다. 일단 주변 소음이 너무 심해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혹시 소모임 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된 곳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카페 모임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자극이 있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골라 맛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모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한 번씩 카페 모임을 해봐도 좋겠다. 꼭 카페가 아니더라도 집 앞 공원에 돗자리만 펴놓고 모임 해도 새롭다.


  4) 온라인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만나는 일도 가능해졌다.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책 모임은 계속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고, ZOOM과 카카오톡으로 모임을 하게 됐다. 처음 ZOOM으로 만났을 때 나도 아이들도 잔뜩 긴장했고, 새로운 방식의 모임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화상 대화는 직접 만나 나누는 것과 전혀 달랐다. 일단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어렵고, 이끔이가 던지는 질문에 한 명씩 답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 직접 만났을 때 표정을 살피고,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며 감정을 공유하는 기분을 화상 대화에서는 느끼기 어렵다.

   물론 ZOOM 모임이 좋은 점도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 사는 곳이나 개인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모임 참여자를 모을 수 있다. 한 아이의 이야기를 모두가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목소리가 작은 아이의 이야기도 잘 들린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표정이나 반응을 자세히 볼 수 있다. 한 아이의 말을 듣다가 모두가 웃음이 터져서 화면에 아이들 미소가 가득했던 적도 있다.

 

ZOOM 책 모임

   <모비 딕> 읽기, <열하일기>처럼 매일 읽고, 소감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카카오톡이 편리하다. 요즘 아이들은 워낙 SNS 소통에 능숙하다. 채팅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책 읽기를 독려하고, 각자의 감상을 글로 나누는데 편리하다. 말로 하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즉흥적으로 나누게 되는데, 글 쓰려면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다듬고 정리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다.


  이렇게 아이 책 모임을 운영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모임 하는 모습은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답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부담이 없다. 마음껏 상상하고, 이것저것 해보면 된다.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읽고 있는지를 살피며, 우리 아이가 편안해하는 방법을 선택하자. 책 모임을 오래 한 아이는 모임 형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새로운 모임 방법을 금방 익혀 즐겁게 읽고 나눈다. 내가 마련한 이야기판에서 아이는 책을 읽고, 제 이야기를 하고, 친구의 말을 듣는다. 잘 해야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면, ‘다음에는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판을 만들어줄까’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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