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결심의 한 걸음
"가지 마라, 위험하다."
2017년 11월 중순의 어느 늦은 하루,
나는 아빠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 그래도 갈래."
"안돼, 뉴스 못 봤어? 테러 얘기 나오잖아. 차라리 그 돈으로 뉴욕 갔다 오는 게 어때? 아빠가 엄마 몰래 용돈 좀 보태줄 테니까"
"아..."
"가지 말라고 했다."
"아... 알겠어... 생각해볼게요..."
통화가 끝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먼저 상황을 설명하자면, 크리스마스를 한 달 조금 앞둔 11월, 그 당시 테러와의 신경전을 하고 있던 전 세계는 테러조직 ISIS의 크리스마스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을 하는 순간 전 세계가 들썩이며, 경악했던 당시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3년 인생의 직감으로, 안 가면 내 인생에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을 알기에 나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가자..."
이것이 은밀하게 시작된 나의 첫 유럽여행의 시작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공부를 했고, 성인이 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대학을 위해서 유학을 왔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20대의 초반을 미국에서 보냈고, 이제 난 국방의 의무로 인해서 한국에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었다. 2017년 10월의 중순, 그렇게 나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던 찰나에, 이대로 그냥 가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이왕 이렇게 돌아가는 거, 그래도 이 광야 같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잘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모아둔 비상금과 매 달 받았던 생활비를 아껴놓았던 용돈으로 나에게 선물을 주고자 잠시 다른 곳을 여행하며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미국 여행을 하다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3년 동안 미국에서 많은 곳을 경험한 나로서는 미국도 좋지만,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대만을 들렸다가 갈까 고민했지만, 올해 초부터 파리를 여행하는 드라마를 보며 꿈꿨던 센 강과 에펠 탑이 문득 생각나서 파리를 찾아봤지만 비행기 티켓 가격에 숨이 막혔기 때문에, 바로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행복한 고민을 하던 나는, 작은 기적을 발견하게 된다.
'$200...'
라스베이거스에서 영국 개트윅 공항까지의 편도였다. 순간 나는 무언가 잘못 본 줄 알고, 두 눈을 의심했지만, 변함없이 $200였다.
순간 갑자기 고민이 되었다. 영국은 어렸을 때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고, 만약 영국으로 들어가게 되면 유럽 전역을 돌아야 된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설렘과 여행지에서 불어닥칠 경제적 압박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뒷 일을 생각하는 것은 23살의 내 방식이 아니었다.
‘다리 떨리기 전에 가슴 떨리면 떠나자’
이숙영 작가님의 글귀가 떠오르며,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날, 부모님께 말씀드린 후,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티켓을 예매해버렸다. 내가 아직 학생이기에 몰려오는 경제적 압박감에 순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경험보다 가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욜로 마인드가 생겨버렸고, 미래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그 순간순간의 선택이 이끌어 온 결과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날부터 나의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들 알고 있듯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많은 선택이 모여서 지금의 현재를 만들고, 나를 만든다.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가운데,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선택들이 우리의 인생을 여행처럼 설레게도, 벅차오르게도, 때로는 힘들고 더디게도 하지만, 개개인이 목표했던 목적지로 가는 모든 순간들이 의미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