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OS LONDON!
런던에서의 둘째 날 밤이 드리웠다. 런던 브리지에도 불이 켜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강변에서 런던의 밤을 즐겼고, 그들도 같이 반짝거리는 듯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런던 브리지에 불이 들어온 모습이 눈에 아른거릴 만큼, 템즈강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도 근처 카페에 앉아서 그렇게 지나가는 런던의 밤을 즐겼다.
런던에서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다행해도 날씨는 너무나 맑았고, 덕분에 나는 기분 좋게 런던의 여행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다. 처음 향한 곳은 말로만 듣던 비틀스의 앨범 커버를 장식한 Abbey's Road.
사실 비틀스 하면 예전 초등학교, 중학교 영어 시간에 팝송으로 몇 곡을 배웠던 기억만 있었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인생사진을 건지는 포토스팟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막상 눈앞에서 보니 정말 그냥 횡단보도였다. 심지어 차가 다니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타이밍을 맞춰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유명해지면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유명해진다는 사실이 체감되는 순간이였다. 만일 내가 유명해져서 우리 집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우리 집 앞도 관광지가 될까 하는 지금 생각해 보면 N 같은 상상이 저절로 펼쳐지는 곳이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더 기다리고 있으니 내가 사진 찍을 차례가 돌아왔다.
나는 횡단보도 사진을 찍고, 어떤 외국인 분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분은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관광지에서는 한국인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사진을 잘 찍어주기 때문에, 혹시 한국인이 오지 않을까 하는 잠깐의 막연한 기대를 했지만, 결국 한국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백인분도 한국인 못지않게 사진을 잘 찍어주셔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입구 간판과 애비로드 횡단보도이다.
마치 길 건너 친구들이라는, 동물들이 차오기 전 길을 건너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만큼,
수많은 사람들과 또 몰려오는 차들을 뚫고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간신히 맘에 드는 사진 몇 장을 건지고 나와서 나는 2층버스를 타고,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영화인 노팅힐에 나오는 진짜 노팅힐 서점에 갔다. 걸어서 서점으로 가는 내내 동네는 정말 영국의 비벌리 힐즈라고 불리어도 될 만큼, 건물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고풍스러웠다. 정말 걷는 내내 날씨도 너무 좋았고, 영국 특유 오후의 여유가 진하게 느껴졌다.
나는 노팅힐 서점에 도착했고, 막상 보니 작은 문구점의 느낌이 나서 의외였다. 세트장 같은 느낌처럼 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작았고, 그로 인해 앤티크 한 느낌이 더 진하게 나서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쉬웠던 점은 생각과는 달라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어서, 기념품을 아무것도 사지 않고 온 점이다.
겨울 같지 않은 유럽 특유의 맑고 화창한 날씨와 유럽풍의 앤티크 한 건물들이 정말 하루 종일 산책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지금 봐도 그렇게 산책하며 걸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몇 없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영국을 방문할 때는 하루 종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빅벤이었다.
어렸을 때 봤던 그 거대한 시계가 눈에 아른거렸는데, 아쉽게도 갔을 때는 수리 중이었어서 시계탑에 붕대를 감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강가를 바라보며 있었다.
사실 근처에 대영박물관도 한번 가볼까 싶었지만, 어마어마한 인파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런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었고, 나는 얼른 그곳을 떠서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고, 도시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에 젖어있었다. 전철을 타고 코벤트 가든 쪽으로 이동하니 어느새 런던에는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런던과의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아쉬웠지만, 도시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 남아있는 일루미네이션이 나를 달래주었다. 덕분에 나는 런던 도시의 밤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잔뜩 묻은 런던 시내투어를 마쳤다. 얼마 머무르지 않아서 더 아쉬웠지만, 내 인생처음 두 번 방문했던 나라로, 더 정겹고 좋았던 영국이라서 지금도 많이 생각이 난다. 아직도 몇 년 전이지만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후회 없는 여행지였다.
Adios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