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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꼬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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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칩코 May 04. 2019

귀여움

2019년 5월 4일 저녁.


세상에, 이런 감촉이 또 있을까. 입에 앙 물면 쏙 들어오는 두께, 촘촘하고 보들보들한 솜털, 말랑말랑 오래 만지작거린 지점토 같은 꼬리의 귓불. 이를 숨기고 입술로만 잘근잘근 주무르다 나도 모르게 깨물어버렸다. 아야! 황당해하는 꼬리에게 급하게 연신 사과를 하며, 다시 입술로만 주물주물. 귀여움은 뭘까. 계속 보고 싶다, 가까이 가고 싶다, 만져보고 싶다, 가만히 귀 대보고 싶다, 두 손을 꽉 쥐고 ‘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감정. 꼬리를 살포시 안다가도, 너무 귀여워서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고 뽀뽀를 온 얼굴에 퍼부어야 시원한 감정. 꼬리는 귀엽다는 말은 하루 열 번만 하라며 하릴없이 안겨 있는다. 내 귀여운 또 다른 반려동물. 짧고 동그란 콧잔등, 깜찍한 콧바람, 살랑거리는 꼬리, 나른한 발걸음, 조그만 뒤통수, 나비처럼 팔랑 떨리는 귀, 앙 다문 세모 턱. 어느 진화생물학자는 귀여움은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약한 새끼들이 강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보살핌을 받기 위한 전략. 천진하고 어설픈 동작들, 큰 눈망울과 갸날픈 목소리, 어느 동물이든 경계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마냥 웃어버리게 만드는 힘. 고양이는 성묘가 되어서도 귀엽다. 인간과 같이 살면서 진화한 고양이의 전략. 아, 인간은 고양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전자를 축적해왔나 보다. 못 참고 와락 고양이를 끌어안아 버린다. 그러나 팔 사이 틈으로 잽싸게 빠져나가는 고양이. 고양이 몸집만큼 비어있는 품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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