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꼬리와 나는 안 싸운다. 언성을 높이거나 서로를 비난하며 싸운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서운해 하거나 엉엉 울면서 토로할 때도 있지만, 금방 아무렇지 않아지거나 대화로 잘 풀어낸다. 연인들이 자주 싸운다는 사실을 안 이후, 우리 종종 서로에게 물었다. “우리 왜 안 싸우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로 싸우지?”도 고민해보았다. 집안일 분담으로 싸우거나, 서로 날선 눈빛이나 말투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친한 누군가에게 질투하기도 한단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참 이해가 가는데 우리는 그런 일로도 잘 싸우지 않는다. 집안일은 서로 “네가 더 많이 한다. 내가 못해서 미안하다”는 입장이 팽팽해서 서로 쉬라고 하는 판국이다. 서로 기분이 안좋아보일 때는 그냥 ‘그러려니’하고 약간 쉼을 준다. 폴리아모리라 서로 성적으로 독점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랑 눈이 맞아도 탓할 건 없다. 안 싸우는 비법이랄 게 없어서 더 기이하다. 꼬리는 원래 화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난 화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꼬리를 만나고 화가 거의 사라졌다. 아마 나만 잘하면 우린 계속 안 싸우지 않을까? 근데 내가 지금까지 더 잘한 것도 없어 보인다. 미스테리의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