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람쥐덕션 Feb 08. 2024

500원 당첨을 바라고 사는 복권

겁 내지 말자, 두려워 말자. 모든건 내 손 안에 있어

  5백원짜리 즉석복권을 샀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추첨일까지 기다리는 로또나 연금복권 보다 그 자리에서 긁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즉석복권을 더 좋아한다. 1등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다. 2-3장을 사면 그 중 한 장은 꼭 최소액으로 당첨이 된다. 그러니까 1,500원으로 3장을 사면 그 중 500원짜리는 나올 확률이 높다. 나는 그 복권을 바로 교환하지 않고, 지갑에 몇 달동안 간직한다. 심지어 교환시기를 놓칠 때까지 넣어둔 적도 있다. 예견되었지만 내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다. 일종의 부적인 셈이다.      


  우습지만 나는 이런 짓을 자주한다. 우울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더욱 그렇다. 좋아하는 책 속에 만원 짜리 지폐를 꽂아둔다거나 예약메일로 1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를 보내며 스스로 행운을 만드는 일을 한다. 비록 그 위안이 1년 전의 내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불안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기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한 그날의 내가 기특해진다.      


  40이 넘고, 새해가 되면서 또 한 살을 먹었다. 결혼은 늦어지고, 누군가를 부양해야 하는 짐은 커졌다. 일은 불안정하고, 평생 먹고 살 직장은 갖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을 금수저로 태어나게 하지 못한 부모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40년 넘게 내 모양을 만든 것은 나니까.  

    

  그러니 누구도 내 삶을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누구도 완벽하게 내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는다. 이 불안을 타개하는 방법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나를 위로하는 답 역시 나를 가장 잘 아는 나에게 있다. 하지만 늘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500원짜리 복권처럼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직업, 부양. 모든 것이 나 혼자 아닌 여러 관계와 상황들이 얽혀 있으므로 행복이라는 결과지를 받을 수 있을지 겁이 난다.      


  오늘 완독을 마친 경영서적은 ‘자기다움’이 결과가 아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이상이나 꿈들을 내뱉고,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하는 시간들 속에서 생각지 못한 답이 나와서 라고 한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유대감이 높아져서라고 한다. 그 유대감이 결국 우리다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시도하는 자체로도 나를 위한 행복을 알아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겁먹지 말자. 불행은 밖에서부터 찾아오지만 어쨌든 행복은 내 손안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내 것이다. 그게 원하는 결과로 귀결되든 안 되든 노력할 자격과 의무가 내게 있다. 500원 당첨을 바라고 복권을 사는 일 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