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백경현 선생님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전통에 취하다, 전통을 취하다.
취 프로젝트는 전통 공예 장인 선생님들과 협업하여 현대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는 한국 전통문화 플랫폼입니다. 장인 선생님의 기술과 이야기, 재료의 고유함이 현대인들의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합니다.
선생님께선 다양한 공정을 모두 직접 다루십니다. 가장 까다로운 공정은 무엇인가요? 나아가, 가장 좋아하시는 공정은 무엇인가요?
까다롭지 않은 공정이 없고 좋아하지 않은 공정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기에, 작은 공정 순서 하나 놓치지 못합니다.
다만 힘든 공정은 있습니다. 옻칠이죠. 옻칠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관리되는 항목일 정도로 중요하고 까다롭고 어려운 공예기술인 셈이죠. 제가 힐링 공정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며 작업합니다.
생각해보니, 가장 좋아하는 공정이 있기는 합니다. 쳇불 짜기죠. 좀처럼 시작하기가 어려운 공정입니다. 힘든 작업이라 선뜻 시작하지 않죠. 그러다가 막상 시작하면 좋아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고 결과물이 눈앞에 짜잔~
식음문화와 밀접한 물건을 만들고 계세요. 그만큼 선생님의 물건들은 사용자의 일상과 밀접한데요.
종종 블로그에서 표현하시는 “타인보다 덜/더 민감한 당신”이란 말은 어떤 뜻인가요?
알기로는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 15%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저도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사람들을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해, "타인보다 더 민감한 당신을 위해~"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옛말에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고 가루는 칠수록 부드러워진다’라는 말이 있죠. 무엇이든 거르면 거를수록 부드러워집니다. 물조차 걸러서 마시면 목 넘김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차 거름망으로 거른 차는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거르며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을뿐더러, 제 커피 필터를 사용해 커피를 마시면 신기하게도 수면 방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심지어 차 거름망도, 이을 이용 해 차를 마시면 입술이 마르거나 입안이 건조해지는 예민한 분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동시에 공예인이 덜 민감한 분들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두루두루 쓰일 수 있는, 쓰임이 편한 물건을 만들기도 합니다.
취 프로젝트와 함께 마미체 차 거름망과 커피 필터를 SUBI란 브랜드로 함께 하고 계세요.
제품을 브랜딩하고 판매하는 취 프로젝트와의 협업은 선생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셨나요?
걱정을 덜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판매하는 것이죠. 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여유도 생기고 집중이 쉬운 것 같습니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본업을 무한정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만드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세일즈맨이 제일 힘들어요. 저는 직장 생활 동안 경리를 했습니다만 세일즈맨을 특우대했죠. SUBI는 제게 가장 어려운 재능을 대신해주고 있으니 고마운 존재입니다. 이런 행운이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에 제게 SUBI는 제 분신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입니다.
선생님은 옛 부터 이어온, 전통 공예를 하십니다.
이로 인해 선생님의 마음가짐이나 작업이 현대 공예가와 다른 부분이 있으신가요?
전통 공예라는 개념은 쉽게 정의가 어렵습니다. 저는 고려말의 생활상을 정리한 조선의 경국대전 공전편에 기록된 137가지 공예 기술을 전통 공예라 보고 있습니다. 용어적으로 그렇게 정의된단 말이고, 기술적으론 137개 공예 중에서 화학 성분 혹은 현대 기술, 공장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다면 영원히 전통 공예로 남을 수 없겠죠.
따라서 전통 공예가든, 현대 공예가든 각자의 공예품을 만들며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전통 공예가"보다는 "백경현"의 소임을 갖고 역할을 할 뿐입니다.
현대 공예가든 각자의 공예품을 만들며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전통 공예가"보다는 "백경현"의 소임을 갖고 역할을 할 뿐입니다.
앞으로 어떤 공예를 하고 싶으신지, 어떤 물건을 제작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예쁜 공예품을 만드는, 그냥 하던 일을 할 예정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 모피어스가 한 말을 좋아해요.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 단순히 아는 것이 끝이라면 무의미해지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먼지 쌓이듯이 켜켜이 쌓여야 인생이 만들어지고, 공예품이 걸작이 되는 것 아닐까요. 안다고 연습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기에, “어떤 공예”라 물으신다면, 그저 지금 만들고 있는 공예품을 죽어라 만들어 댈 것입니다. 또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제작에 돌입해야죠. 많은
아이디어를 주세요. 멋진 디자인도 좋고요.
훈수는 늘 환영입니다.
늦은 오후, 선생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선생님 얼굴에 반쯤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현대 공예가 못지않은 창의적이고 예리한 눈빛이 읽혔습니다. 본인이 하시는 작업에서만큼은, "타인보다 예민한 당신"이셨습니다.
마미체 제작은 과거에 요리, 술 담그기, 흙 거르기 등 다양한 역할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혹은 시도지정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보호라면 보호, 혹은 규제라면 규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처음 자신을 소개해주신 말과 같이, 결국 선생님이 하시는 일의 본질은 쓰임 있는 물건의 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보다 역사가 깊고, 우리네의 환경에서 유래된 기술로 만들고 계시죠.
이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는 전통 공예를 - "전통 공예"라 불리는 언어의 선입견을 넘어 - 박물관보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샵에 있는 더욱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어온 기술자 분들이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외면된 역사로 인해, 소비자가 원한다고 한들 선택 사항에 없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전통 공예를 라이프스타일로 즐길 수 있도록, 수면에 더욱 올리도록 돕는 것이 취 프로젝트의 역할임을 백경현 선생님과의 하루를 통해 다시 마음에 품게 됩니다.
결국 전통 공예와 이 기술을 보존하는 것이 국가 제도만이 아니라, 좋은 물건을 원하는 우리 모두의 소비와 즐거움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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